"회사가 명단 공개 안해"

여신현황 집계 못해

산업부도 업계에서 받아

금융감독원이 한국GM 협력업체의 여신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가 업체 명단을 구하지 못해 중단했다.

14일 금감원 관계자는 "한국GM이 협력업체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업체들의 금융권 대출 규모나 만기도래 현황 등에 대한 조사를 하지 못했다"며 "금감원이 개별 기업에 자료를 요구할 수도 없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폐쇄결정 한달 GM 군산공장 동문 경영난을 이유로 폐쇄가 발표된 지 한달이 된 13일 전북 군산시 오식도동 GM 군산공장 동문 출입구 전광판에 '일단정지'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협력업체의 여신 현황 등은 업체들이 한국GM과 거래가 끊기거나 줄었을 때 매출 감소에 따른 영향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한 미국 GM본사가 이후 신차 배정과 물량 공급을 줄일 경우 협력업체들이 받게 될 타격은 크다.

금융위원회와 정책금융기관들은 13일 구조조정 등에 따른 지역지원대책의 일환으로 지역의 협력업체와 소상공인의 기존 보증 대출의 만기연장과 원금상환 유예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원대상은 전북지역 한국GM 군산공장 등 협력업체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금융위가 자체적으로 협력업체 명단을 갖고 있지 않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자료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갖고 있는 한국GM협력업체 명단은 한국GM에서 받은 게 아니라 자동차부품협동조합을 통해 조사된 것이다. 산업부는 조합의 자료 등을 토대로 협력업체 통계를 추산해 발표했는데 1차 협력사 301개, 2차 1000개(추정) 3차 1700개(추정) 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산업부를 통해 자료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국GM이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한 정확한 자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2~3차 협력업체 명단은 파악하기가 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1차 협력업체들은 한국GM이 아니어도 생존할 가능성이 높지만 2~3차 협력업체들은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2~3차 협력업체 명단은 한국GM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 등을 통해 명단을 확보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역시 명단을 갖고 있지 않다. 산은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협력업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GM 역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국GM이 완전 자본잠식이 된 한국GM의 회생을 위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협력업체의 명단공개 조차 꺼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구조조정의 한 전문가는 "한국GM의 부실로 협력업체들이 받을 타격이 크기 때문에 정부의 대책마련에 한국GM이 협조할 필요가 있다"며 "업체에서 공개하지 않는 자료라고 해도 정부가 협상력을 갖고 필요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기 이재호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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