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cancel

내일신문

[기고]

병원 간호사 인력배치 확대해야

등록 : 2018-03-14 10:49:25

김영경 부산가톨릭대 간호대학 학장

우리나라 급성기 병상을 가진 병원들의 간호사 인력 배치 수준은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이다. 대한간호협회가 자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요양병원을 제외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1800여개 가운데 87%가 간호사 법정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밀양세종병원의 사례를 보더라도 법적기준에 따라 35명의 간호사가 있어야 함에도 6명밖에 근무하지 않았다.

왜 병원에 간호사가 충분히 배치되지 않고 있는가? 간호사가 부족하기 때문인가? 그러나 지금까지 배출된 간호사가 없어서가 아니라는 데에 그 심각성을 더한다. 간호대학 정원은 1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해 2만 여명이 신규 간호사로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병원간호사회에서 조사한 2016년 신규간호사 이직률은 무려 38%에 달한다. 새로 채용된 간호사 10명 중 4명이 사직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직한다는 뜻이다. 간호사 면허소지자도 OECD평균 12.8명보다 높은 18.4명으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간호인력 부족문제는 간호사 양성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인력부족, 부정적 조직문화 낳아

정부가 간호사 인력부족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신규 간호사의 경우 효과적인 임상 적응을 위해 입사 후 프리셉터(preceptor)로부터 체계적인 교육 훈련을 받게 된다. 그러나 임상현장에서는 이를 실시할 인력도 재정도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프리셉터인 선배 간호사는 자신의 환자를 담당하며 프리셉티(preceptee)인 신규간호사 교육까지 맡게 되면서 자연스레 부정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실제로 대한간호협회가 간호사 인권침해 행위 등 유사 사례가 발생했는지에 대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에 참여한 7275명의 설문내용을 분석한 결과, 지난 12개월 동안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냐고 물었을 때 '예'라고 응답한 사람은 40.9%였다. 또한 가장 최근에 괴롭힘을 가한 가해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직속상관인 간호사 및 프리셉터가 30.2%로 가장 많았다. 상시적이고 만성적인 간호사 인력 부족이 병원 조직문화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인증평가 업무 준비와 의료기관 내 소위 진료보조인력이라 불리는 불법 PA(Physician Assistant)로 간호사가 대거 동원되면서 인력 배치 수준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현재 간호행위는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다. 때문에 병원들은 별다른 수익으로 인식하지 않아 의료장비, 의사인력 등에 대한 투자에 비해 간호사에 대한 투자는 극히 미진한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 수가 체계를 간호사 인력 중심으로 바꾸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해답은 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간호사로부터 서비스를 받고 제공자에게 제공하는 수가 신설에서 찾을 수 있다. 간호사의 고유업무에 대한 의료비 지급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며 간호행위에 기반한 독립된 간호수가가 필요하다.

간호, 환자안전 의료질 향상에 필수

하지만 지금까지 간호사가 받을 수 있는 수가는 입원관리료와 간호·간병서비스를 통한 수가가 전부였다. 이것마저도 입원관리료 중 간호수가는 25%만 인정되고 있어 완전한 간호수가로 볼 수 없으며, 간호간병서비스는 모든 간호사 대상의 수가가 아니기 때문에 따로 독립된 간호수가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입원관리료 안에 녹아있는 간호수가는 간호사가 몇 명인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등의 세부요소는 전혀 반영되지 않아 간호행위에 대한 독립적인 수가가 있어야 한다.간호사 인력부족의 문제는 병원 내 부정적인 조직문화를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환자안전에 악영향을 끼치고, 간호의 질마저 떨어뜨리는 일이 된다는 점에서 간호사에 대한 처우 개선과 합당한 지원을 위한 간호수가가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김영경 부산가톨릭대 간호대학 학장

twitter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