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5월 세기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한반도 안보는 물론 지구촌 미래가 달린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다.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동시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느냐, 아니면 한반도 전쟁 위험을 다시 급격히 높이느냐, 중대 갈림길이 될 수도 있어 세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왼쪽부터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오 CAI국장. 연합뉴스


미국 내 싱크탱크들과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첫 만남이 이뤄질 때 어떤 플레이가 펼쳐지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게임 시나리오들을 제시하고 기대와 우려, 경고와 권고를 표명하고 있다.

트럼프 '세기의 빅딜' 시도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이 5월에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대면한다면 '세기의 빅딜'을 시도할 가능성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자신을 최고 협상가로 자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빅딜로 평화적으로 핵문제를 해결해 역사적인 인물로 기록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수락한 직후인 지난 11일 펜실베이니아 지원 유세에서 "5월 북미정상회담은 엄청난 성공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내가 바라는 것은 북한을 포함해 전 세계를 위한 가장 훌륭한 합의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지 메이슨 대학 교수이면서 경제, 외교정책 칼럼니스트인 타일러 코웬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세기의 거래'를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세기의 빅딜을 전격 타결하거나 적어도 정지작업을 하려면 북한이 거부하지도, 속일 수도 없는 파격 제안을 내놓거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에도 비핵화를 논의할 것이지만 체제안전 보장을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8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관람객이 망원경으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를 살펴보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실제로 정상회담에서 빅딜을 시도하려 한다면 체제안전 보장은 물론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 대체, 나아가 북미수교를 하고 그 대가로 핵무기 프로그램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다수의 미전문가들과 언론 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첫 만남에서 모두 수용하지는 않겠지만 비핵화와 국교정상화 동시 추진에 합의해 줄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세기의 거래'를 추구하려 해도 몇 가지 걸림돌에 부딪힐 것으로 타일러 코웬 교수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을 타결하려면 과거 6자회담에서 합의해주었던 9.19 공동성명이나 2.13합의 보다 훨씬 더 큰 보상을 북한에 해주는 결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보다 훨씬 큰 보상과 공포 동원해야

김정은 위원장이 거부하기 어렵고 거부하거나 과거와 같이 속이려 한다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공포를 느낄 정도의 대가를 지불해야 빅딜을 타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이른바 CVID, 즉 완전하고도 증명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핵포기)를 확약 받고 검증까지 약속받으려면 트럼프 대통령도 제재해제와 경제지원은 물론 평화협정 체결, 북미수교 등을 행동대 행동으로 실행한다는데 합의해 주어야 한다. 북한의 독재자에게 거액의 보상을 해주자는 트럼프 제안이 미 의회 승인을 받아낼 수 있을지 불투명한 첫 번째 걸림돌을 맞게 된다. 트럼프의 성급한 거래는 핵개발 카드를 노리고 있는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등에게 북한을 따라할 유혹을 안겨줄 수 있어 미국의 발목을 잡게 될 것으로 코웬 교수는 예상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번 첫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주로 초점을 맞추면서 중국이 대북제재 압박을 계속 조이도록 유도함으로써 김정은 위원장이 무리한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억지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합의 없이 헤어지면 전쟁위험만 높아져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아무런 합의 없이 헤어지고 심지어 서로 모욕만 느낀다면 무력충돌, 전쟁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으로 우려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만남부터 빅딜을 시도하고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욕심낼 위험이 있다.

심지어 리얼리티 TV 쇼처럼 김정은 위원장을 몰아붙여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할 위험까지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는 이제 그에게 'NO'라고 말하거나 제동을 걸 인물들이 보이지 않고 새로 국무장관을 맡게 된 마이크 폼페이오 지명자를 포함해 주파수를 맞추거나 오히려 매파입장을 부추기려 할 것으로 우려된다. 김정은 위원장도 수모를 감내 하지 않을 것이고 판을 깨고 자리를 뜰 가능성이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내 매파들은 트럼프의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서로 주고받기로 빅딜을 타결 짓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기 보다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을 단행하는 명분을 찾으려할 우려가 가셔지질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으로 부터 비핵화와 관련해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하고 모멸감을 느끼며 헤어진다면 "모든 노력을 다했는데 실패했다"며 정말로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 한반도 전쟁을 단행할 위험이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빅딜 어려우면 차선책 필수

북미정상회담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아니라 전쟁위험을 높이는 파국이 되지 않게 하려면 첫 만남에서 한꺼번에 빅딜을 타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몰아붙이기 보다는 10년은 족히 걸릴 장거리 로드맵을 추진키로 합의하는데 만족해야 할 것으로 미 전문가들은 권고하고 있다. 달리말해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첫 정상회담에서 파격적인 합의를 서두르지 말거나 아무것도 내놓지 못할 상황이 될 경우에도 얼굴을 붉히며 빈손으로 돌아서지 말고 무언가 합의사항을 내놓고 후속 회담을 약속해야 한다는 권고이다.

조지 메이슨 대학 타일러 코웬 교수는 이를 체스에서 추크츠방(zugzwang)으로 부른다면서 이는 아무 것도 내놓지 못하면 충돌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다소 불리한 위치일지도 어떠한 포석을 놓고 첫 대결을 끝내는 선택을 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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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