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월간지 애틀랜틱

스마트폰에 탑재된 '빠른길찾기' 어플리케이션이 운전자들 사이에서 크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시시잡지 '애틀랜틱' 최근호는 "교통흐름 개선보다는 악화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빠른길찾기 앱이 등장하기 이전, 운전자들은 도로 상황에 대한 각자의 정보를 활용했다. 당시 교통흐름 시뮬레이션과 실제 흐름을 보면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고속도로나 간선도로를 많이 이용했다. 한산한 이면도로나 옆길, 뒷길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지역상황에 정통한 소수였다. A지점에서 B지점에 가고자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통·도로 설계자들이 계획한 도로에 의존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모바일 지도 앱으로 무장한 통근자들, 리프트나 우버와 같은 경로주행을 따르는 운전자들, 소프트웨어가 최적화된 길을 알려주는 트럭운전사들은 당초 설계자들의 의도를 우회하고 있다

개인에게 좋은 상황이 모여 사회적으로도 최적화된 결과를 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UC버클리대 교통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빠른길찾기 앱이 일부 개인에게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교통정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교통정체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되고 있는 자율주행차들이 대거 쏟아지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UC버클리대 교통연구소 소장인 알렉산더 베이언은 애틀랜틱에 "이 문제가 대체적으로 간과되고 있다"며 "더욱 악화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베이언 연구팀은 올해 초 교통조사위원회 연례회의에서 '빠른길찾기 앱이 고도화할수록 부정적 외부효과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두 가지 조건에서 고속도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시뮬레이션을 했다. 하나는 앱을 사용하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경우, 다른 하나는 운전자의 20%가 앱을 사용하는 경우였다. 연구결과 앱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고속도로와 나들목에서의 정체가 길어졌다.

베이언은 "수백명의 사람들이 교통사고로 인한 정체를 피하기 위해 옆길로 빠지고자 했다"며 "하지만 그 길은 한꺼번에 여러 대의 자동차가 몰리는 상황을 고려한 도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고속도로 정체는 물론 나들목과 우회로도 정체됐다.

빠른길찾기 앱의 사용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년 간 운전자들에게 필수 아이템이 됐다. 2015년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미국인 90% 정도가 앱을 사용하고 있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70%를 넘어선 현재엔 더 많은 규모의 사람들이 실시간교통 앱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운전자들은 경로와 도로상황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됐다.

베이언은 "더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앱을 사용하는 일부 사람은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할 수 있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은 상황 악화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판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자원은 사람들의 남용으로 쉽게 고갈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게다가 적은 규모의 시뮬레이션만 가능한 상황이다. 실시간 교통정보 앱이 고속도로 또는 교통시스템 전반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실험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베이언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라며 "따라서 결론을 내리는 데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언의 해법은 실시간 교통정보 앱을 만드는 기업들이 서로 협력해 고의적으로 경로를 분산시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틀랜틱은 "실리콘밸리의 경쟁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극심하다"며 "결국 협력은 언감생심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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