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70.6% 시간외수당 못 받아 … 13.2% 성희롱·성폭행 경험

보건의료노조 "노동 존중하는 일터 만들기 운동 전개"

병원 내 인권 유린이 심각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시간외 근무나 활동을 하더라도 보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폭언 폭행 등 괴롭힘이 일상화돼 있다는 것. 이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개인 돈을 들여 병원용품을 구입하는 등 부당한 근무행태가 난무했다.
'태움' 희생 간호사를 추모하며│ 3일 저녁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간호사연대BNT 주최로 고 박선욱 간호사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이와 관련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노동존중 일터 만들기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가 20일 오전 발표한 '의료기관 내 갑질과 인권유린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간외 수당 미지급, 휴가사용 강제, 휴게·식사시간 미보장 등 노동기본권 침해가 심각하고, 폭언 폭행, 성희롱-성폭행, 태움 경험 등 인권 침해를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내 공짜 노동 만연 = 시간외 근무를 하거나 교육 회의 각종 병원 행사에 동원되더라도 보상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업무준비를 위해 일찍 출근하거나 퇴근이 늦어져도 시간외 수당을 받지 못한 사례가 59.7%로 높게 조사됐다. 이중 간호사가 70.6%로 시간외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

간호조무사는 44.4%, 의료기사 41.7%, 사무행정이 35% 등으로 시간외 수당을 못받았다.


근무시간외 업무관련 교육이나 회의 워크숍 참석시에도 별도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46.8%였다. 이중 간호사가 55.5%, 의료기사 38.3% 등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수당 신청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사례는 26.3%였다.

자유로운 휴가사용권이 병원 내에서는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휴가가 강제로 배정된 경우가 39.3%로 나타났다. 휴무 반차를 부서장이 임의로 근무표를 조정해 사용하는 경우는 간호사가 51.3%로 가장 많았다.

휴가가 강제적으로 배정됐다는 응답은 간호사 48.2%, 의료기사 19.3% 등 순이었다. 간호사 직종 중에서는 사립대병원이 휴가 강제 배정, 휴일근무 및 특근근무 강요, 근무시간 강제 등이 가장 심했다.(표-간호사 근무시간 결정 실태)

쉬는 시간 식사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휴게시간을 100% 보장받는 경우는 15.8%에 불과했다. 43.3%는 전혀 보장받지 못했다. 이중 간호사가 54.4%로 휴게시간을 전혀 보장받지 못했다.

식사시간을 100% 보장받는 경우는 25.5%에 불과했다.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22.9%나 됐다. 이중 간호사 직종에서 31.1%로 전혀 식사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병원노동자 74% 직무스트레스 = 조사결과에 따르면 간호사의 40.2%가 괴롭힘을 경험했다. 태움은 간호조무사도 18.7%, 의료기사는 15% 정도 경험했다. 특히 간호사의 경우 외래부서가 49.2%, 병동근무자 37.7%, 특수부서 44.1%로 나타났다.

최근 미투운동으로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성희롱-성폭행 사례도 심각했다. 조사결과 간호사의 13.2%, 간호조무사의 7.4%, 의료기사의 7.8%가 성희롱성폭행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병원 근무 중 욕설이나 반말, 무시 모욕적 언사 등 폭언을 경험한 사례는 56.2%였다. 직종별로 간호사가 65.5%로 폭언 경험이 가장 많았다.

병원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는 74%로 매우 심각했다. 이중 간호사가 83.3%로 타직종에 비해 직무스트레스가 가장 심했다. 간호조무사 63%, 의료기사 55.2% 등이였다.

특히 업무와 관련없는 행사에서 단체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춘 경험도 25.3%에 이르렀다. 회식자리에서 술을 따르라고 강요받은 경우도 19.7%였다. 이중 간호사는 22.7%로 가장 많았다.

개인 돈 들여 병원용품 구매도 =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료용품 조차 직원들이 부서회비로 모아 구입하는 사례도 많았다. 간호사는 53.6%, 간호조무사 17.9%, 의료기사 6.9% 순으로 나타났다.

부서회비로 구입한 의료용품으로는 체온계, 드레싱세트, 펜라이트, 과산화수소, 이동용 산소포화도기계 등이었다. 의료기구 중 의사가 사용하다 잃어버린 경우 부서 사비로 구매한다는 의견이 다수 있었다.

환자 관련 용품도 부서회비를 걷어서 구입하거나 비용을 지불한 경험이 간호조무사가 7.9%, 간호사 6%, 의료기사 5.4%로 나타났다.

아동용장난감, 손비누, 페이퍼타올, 신생아용 바디워시, 분유쟁반, 손톱깎기 등이었다.

심지어 인증 관련 물품, 라벨지, 마약금고열쇠, 파쇄기, 복사기 등을 구매한 경험이 많았다.

보건의료노조는 "2018년 한 해 동안 태움, 공짜노동, 속임인증, 비정규직 등 4가지를 완전히 근절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겠다"며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 보건업종 노동시간 특례 폐지, 보건의료분야 적정인력기준법 마련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17년 12월 18일부터 2018년 2월24일까지 보건의료노조 54개 병원 조합원 1만1662명이 참여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김규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