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범과의 형평성·증거인멸 현실화" 강조

영장청구서 207쪽, 의견서 1000쪽 넘어

이 전 대통령 서울중앙지검 1002호서 대기할 듯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여부가 이르면 22일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은 22일 10시 30분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다. 이르면 이날 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네 번째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박 전 대통령 다음으로 두 번째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뇌물수수,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개별적인 혐의 내용만으로 구속수사가 불가피한 중대한 범죄이고 그런 혐의들이 계좌내역·장부·보고서·컴퓨터 파일 등 객관적인 핵심자료들과 관계자들의 다수 진술로 충분히 소명됐다"고 설명했다.

6개 죄명, 최소 10개 혐의 = 서울중앙지검은 19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국고손실, 특정경제 가중처벌법상 횡령·조세포탈,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적용된 죄명은 6개이고, 최소 혐의만 10개가 넘는다. 검찰 관계자는 "뇌물만 해도 특가법상 뇌물(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이 있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민간영역으로부터의 불법자금 등이 있다"며 적용법조에 비해 혐의의 개수가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핵심 혐의로 파악한 것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 박재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받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350억원대의 다스 비자금 조성,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 대납, 다스 BBK 투자금 반환 소송에 개입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대보그룹, ABC상사, 김소남 전 국회의원 등으로부터의 뇌물 수수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뇌물액은 총 110억원이고, 다스를 통한 이 전 대통령의 횡령액은 총 350억원에 이른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범행이 중대한데, 기초적 사실도 부인하는데다가 이 전 대통령 영향하의 사람들에 대한 증거인멸과 말맞추기가 계속된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는 것을 영장청구 사유로 설명했다. 또 "이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종범(김 전 기획관)이 구속돼 있고, 이번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실무자급 인사(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도 구속돼 있는 상황에서 형평성 문제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늦어도 23일 새벽 구속여부 결정 =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여부는 이르면 22일밤 늦어도 23일 새벽에 판가름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3월 27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3일만인 3월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열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는 별지를 포함해 207쪽에 달하고, 구속의 필요성에 대한 검찰의 의견서만 해도 1000쪽이 넘는 등 법원이 심리할 분량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관에 따라 다르지만, 서로 설명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서울중앙지검 1002호에서 대기할 것이 유력시된다. 검찰 관계자는 20일 "(박 전 대통령의) 전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쪽이 서로 간(검찰과 이 전 대통령)에 불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이번 사건을 수사한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송경호 특수2부장 검사가 참석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가는) 검사의 구성은 내부 논의를 거쳐 지검장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관련자들의 진술과 영포빌딩에서 압수한 다스 관련 서류 등을 근거로 이 전 대통령의 범행의 중대성과 구속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전체적인 형평성 문제, 즉 같은 사건에서 일부만 관여한 사람(김 전 기획관 등)이 구속돼 있다. 이병모 전 청계재단 사무국장의 경우 증거인멸 우려가 아닌 '증거인멸이 현실화'됐다"며 "개개의 경우 (영장실질심사에서) 일부만 소명되도 통상의 사건이라면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영포빌딩에서 중요 증거들이 압수됐고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확보된 마당에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을 적극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아직 영장실질 심사에 대한 참석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강 훈 변호사는 20일 "(영장실질심사 출석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통보받은 내용은 없다. 이 전 대통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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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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