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특별보고관 방문해달라”

인권위, 지난 6일 위원장 서한 발송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가 충청남도 인권조례 폐지 사태에 대한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의 조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특별보고관은 유엔의 특별절차로서, 특정 국가나 특정 주제의 인권 상황을 다루기 위해 설치한 독립적인 인권 전문가다. 특별보고관은 수임사항과 관련한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국가방문 조사 등을 실시해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 총회에 조사결과를 보고한다.

인권위는 이번 사안을 인권보장체계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지난 6일 유엔 성소수자 특별보고관에게 조속한 국가방문을 요청하는 인권위원장 서한을 발송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해 충청남도와 충남 아산시, 공주시, 계룡시, 부여군 등에 일부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인권조례 폐지 청구가 제기됐고, 충청남도 일부 도의원들은 올해 1월 16일 충남인권조례의 폐지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두 차례에 걸쳐 반대의견을 표명했지만 2월 2일에 조례 폐지안을 가결했다. 충남도지사가 재의요구를 함에 따라 도의회는 폐지안 재의결을 앞두고 있다.

인권위는 “충남인권조례가 폐지된다면 이는 성소수자 차별 금지에 반대하는 일부 종교 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전체 지역주민의 인권증진을 위해 제정된 인권보장체계를 후퇴시키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다른 지역에서도 인권조례 폐지 활동 확산이 예상돼 국제 공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충청남도 의회가 충남인권조례 재의결 시 인권의 원칙을 고려한 현명한 결정을 하길 바란다”면서 “성소수자 차별 금지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지역 인권보장체계인 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은 국제인권기준과 인권의 보편적 가치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김형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