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므누신 양자회동

한미공조 거론하며 설득

환율조작국 우려도 거론

미 재무장관 원칙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한미공조까지 거론하며 철강관세 한국 제외를 요청했다. 철강관세 부과 사흘을 남겨둔 시점이다. 하지만 므누신 장관은 "한국 입장을 이해한다"며 원칙론만 폈다. 아직은 한미FTA 개정협상 등 이해타산을 더 따져봐야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에 대해서도 한국 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언급했다.
'김동연 부총리-므누신 미 재무장관' 양자회담│G20재무장관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현지시간) 컨벤션센터에서 므누신 미국재무장관과 면담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인 김 부총리는 이날 므누신 장관을 만나 미국 정부의 철강 관세부과에서 한국을 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기획재정부가 밝혔다.

김 부총리는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조치가 긴밀한 공조가 중요해진 양국 관계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우리나라의 낮은 미국 시장 점유율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미국 철강산업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철강·자동차 기업들이 투자·고용을 창출해 미국 경제에 기여한 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므누신 장관은 "한국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다. 미국 정부의 결정 과정에 한국측 입장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의 입장에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양국간 통상 이해관계를 더 따져보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고 풀이했다.

김 부총리는 또 우리나라가 다음 달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이나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므누신 장관은 "현재 환율보고서를 작성 중인만큼 예단은 어렵지만 우리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지난 4월에 이어 다시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분류했다.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 등 환율조작국 3대 요건 중 환율 시장의 한 방향 개입 여부만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돼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했다. 아울러 김 부총리는 므누신 장관에게 우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외환시장투명성 제고 방안에 대해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시차를 두고 공개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양 측은 앞으로 남북·북미 정상회담, 환율보고서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언제든 수시로 전화 통화 등을 통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의해 하기로 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를 강행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산업계의 우려가 크다. 하지만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처음부터 '한시적 예외국'으로 인정했다. 안보 우방국으로 여기는 호주는 행정명령 발표 후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미국이 관세 명령의 실제 발효일(23일)까지 제외 대상국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관세 부과 예외국가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차선책으로 특정 철강 품목을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여의치 않으면 미국 관세 부과로 인해 피해가 큰 유럽연합(EU) 등과 공조, 국제무역기구(WTO) 등에 제소해 피해를 구제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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