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평화구상 큰 그림 윤곽 … 남북미정상회담·국회비준·북미 정상화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구상의 큰 그림을 내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 2차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훈 국정원장, 임종석 비서실장,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미 3국 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합의의 국회 비준, 북미관계 정상화란 키워드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안전보장, 평화체제 구축을 일괄타결로 풀어내겠다는 구상의 윤곽이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남북, 북미회담과 앞으로 이어질 회담들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 핵과 평화 문제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큰 원칙과 방향을 그리고, 이어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이의 이행과 검증의 의지를 담는 보다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고 이를 남북미 3국 정상이 함께 재확인하는 구도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남북 정상이 만나고 북미 정상이 만나서 그 결과가 순조로우면 3자가 만나 합의한 내용을 좀 더 분명히 하고 실천적 약속을 완성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원하는 체제안전보장과 관련이 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있는 담보장치가 필요하고, 북한도 체제안전보장이 실제 이뤄질 것이란 믿음이 필요한 만큼 3국 당사자가 직접 만나 '되돌릴 수 없는' 약속으로 못박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가보지 않은 미답의 길이지만 우리는 분명한 구상을 가지고 있고 또 남북미 정상간 합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와 비전을 갖고 있다"며 "준비위원회가 그 목표와 비전을 이룰 수 있는 전략을 담대하게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목표와 비전으로 제시한 △한반도 비핵화 △항구적 평화체제 △북미관계 정상화 △남북관계 발전 △북미 또는 남북미간 경제협력을 '포괄적 의제로 묶어 일괄 타결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요소가 '미국의 보장'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정착은 남북 사이의 합의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미국의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려면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고, 더 나아가 북미 사이의 경제협력까지 진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북-미간 이같은 구도가 짜여야 남북관계의 담대한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런 방향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의 '제도화'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는 앞선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기본 사항을 담아 국회비준을 받도록 준비하라"고 했다.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정치 상황이 바뀌어도 합의가 영속적으로 추진된다"는 판단에서다.

2000년 6.15공동선언과 이를 보다 구체적인 실천 내용으로 확장한 2007년 10.4선언이 정치적, 도덕적 차원의 약속에 그치지 않고 이행 구속력을 갖추도록 하자는 뜻이다.

앞선 두차례 정상회담 합의 등 중요 합의 내용과 이번에 새로 합의할 사항을 정리해 '남북기본협정'을 추진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3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의 국회 비준이 이뤄지면 이를 법률적으로 담보할 관련 법 제·개정의 기초가 마련되는 효과도 생겨난다.

6.15공동선언의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합의조항이 보다 구체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10.4선언의 합의에는 △상호 내정 불간섭 △군사적 불가침 △3자(남·북·미) 혹은 4자(남·북·미·중)간 종전선언 등이 망라돼 있어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낮은 수준의 남북연합 추진'을 명시하고 이를 위한 기구 구성 등의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상범 이명환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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