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스타, 인수의지 피력 … 노조 면담 후 상황 변화 가능, 파업은 예정대로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 중인 중국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이 방한하면서 그동안 평행선을 달려온 금호타이어 매각협상에 변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매각을 반대해 온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은 차이융썬 회장과 만나 더블스타의 고용보장 등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더블스타와의 면담 자체를 거절할 이유가 없다"며 "협상 결과에 따라서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더블스타측은 노조에 면담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채권단은 30일까지 더블스타 매각에 대한 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는 방침을 정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은 노조도 반대한다"고 말해 차이융썬 회장과 면담 이후의 상황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위해서는 노조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맺은 투자유치 계약에는 '투자유치에 반대하는 노조 파업이 있는 경우 투자자는 계약을 해제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노조의 반발이 계속될 경우 더블스타가 인수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말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를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투자의사가 없다는 점을 채권단에 일관되게 주장했다. 결국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계약서에 노조의 동의를 선행조건으로 넣는데 합의했다. 더블스타는 3년간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투자유치(신주인수)는 회사의 주주구성 변경을 가져올 뿐 회사의 법인격이 변경되는 것은 아니어서 회사와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과 노조 조직은 투자유치와 무관하게 효력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가격은 6463억원이다. 신주 배정의 유상증자 형태라서 들어온 자금은 고스란히 회사에 투입된다.

하지만 더블스타의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해서 경영할 능력이 되느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22일 오전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은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과 서울 여의도 산은 대강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밝혔다.

차이 회장은 "더블스타는 97년 역사를 지난 중국 타이어 업체로 중국 타이어 스타트 제조업체의 리더로서 아시아 500대 브랜드 및 중국 타이어 1위 회사로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블스타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는 직원수 7186명, 연매출 49억6000만 위안(한화 약 8382억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더블스타그룹은 중국의 국영기업을 관리하는 칭다오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더블스타그룹은 칭다오 더블스타와 더블스타 부동산, 에코스타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더블스타는 1921년 신발 제조업체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2002년 화청그룹을 인수해 트럭·버스용 타이어(TBR)와 기계사업에 진출했다. 차이 회장은 2013년 회장에 취임했으며 상해 이공대학과 중국 해양대학교를 나온 엔지니어 출신으로 30년 가량을 하이얼 그룹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한편 21일 금호타이어 일반직 사원들은 해외자본 유치에 찬성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노조에 입장을 전달했다. 일반직 직원 600여명은 이날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생존을 위협하는 법정관리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외자유치 찬성' 등의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었다.

일반직 사원들은 광주시청과 시의회, 민주당 광주시당에도 방문해 해외자본 유치에 찬성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노조는 22일과 23일 8시간씩 부분파업하고 24일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차이 회장과의 면담 유무와 상관없이 파업을 일정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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