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추모단체 만든 청소년들 “세상 별로 안 변해, 목소리 낼 것”

“우리나라 사람들은 큰일이 나면 빨리 덮어버리고 잊어버리는 게 당연한 줄 알았잖아요. 세월호가 처음인 것 같아요. 아프지만 계속 되짚고 헤집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억하고 되새기고. 그게 세월호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같아요.”

잊지 않을게요│16일로 세월호 참사는 4주기를 맞는다. 이날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양소에서는 4년 만에 정부합동영결 추도식이 열렸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언니오빠들에게) 너무 미안하지만 한편으론 고마워요. 참사를 되짚으면서 나는 무슨 목소리를 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됐어요. 가만히 있지 않게 됐어요.”

세월호 참사 4주기 전날인 15일 정부 합동분향소가 위치한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노란 리본이 넘실대는 분향소 근처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월호를 품어온 사람들은 왜 세월호를 잊지 않았는지 이야기했다.

아들.딸과 함께 화랑유원지를 찾은 박경은(49.여)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에 (세월호를) 잊을 수 없었던 것 같다”면서 “별다른 활동을 한 적은 없지만 추모식 때마다 분향소를 찾아와 세월호가 어떤 사고였는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줬다”고 말했다.

박씨는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에 대해 “처음엔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불편하게 느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는 무슨 일이 일어나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끈질기게 추적하기보다 빨리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나도 마찬가지였더라”면서 “유가족들과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하는 분들은 처음으로 그렇지 않은 사례를 만들기 위해 우리를 대신해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응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16일 오후에는 참사 이후 처음으로 정부 합동 영결식이 개최된다. 영결이란 ‘영원히 헤어진다’는 의미이지만 헤어짐을 딛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당한 단원고 학생들 또래 청소년들은 참사를 되짚으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고 했다.

이들은 ‘416민들레이야기’라는 연대체를 만들었다. 여기서 활동하고 있는 3명의 청소년들은 내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선내에서 흘러나왔던 ‘가만히 있으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 사람들이 청소년들일 것”이라면서 “그 이야기를 따랐던 단원고 언니 오빠들이 결국 바다에서 나오지 못했다는 게 마음에 깊이 남아 있다. 세월호 이후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세상을 향해 뭔가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416민들레이야기의 최가람 홍보팀장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세월호 참사가 있었는데 그 때는 세월호 때문에 수련회를 못 간 게 억울했을 뿐이었다”면서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던 당시 어른들의 이야기를 알게 돼, 과연 그게 맞는지 의문을 가지게 됐고, 이제는 그러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나설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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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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