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에도 당사자에 전화 안해

직원에게 갑질횡포를 부린 혐의<내일신문 2017년 10월 11일자 보도>로 징계를 받은 주 방글라데시 현직 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에 욕설로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외교부는 4~5일전 관련 제보를 받고도 해당 대사에게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다 언론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는 한줄짜리 입장문을 내놓았다.

4일 페이스북의 한 공개그룹 페이지에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 두장이 올라왔다. 이틀 뒤인 6일 이 사진 아래에는 주 방글라데시 대사의 이름으로 'XX' '그만 XX'이란 욕설 댓글이 작성됐다. 이 공개그룹은 방문자가 '좋아요'를 클릭하면 운영진이 가입을 승인해야 회원활동이 가능하다.

해당 대사는 16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그 공개그룹에 들어간 적이 없다. 내 이름으로 댓글이 달린 것도 오늘 알았다"며 도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문제는 외교부의 석연치 않은 대응이다. 외교부 감사관실은 12일 욕설 댓글 제보를 받아 강경화 장관에게 보고해 조사지시를 받았고, 13일 회의를 열어 조사방법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16일 오후 늦은 시간까지도 주방글라데시 대사에겐 전화 한통 하지 않았다. 해당 대사는 "외교부 본부로부터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서 "언론 취재가 들어온 뒤 내가 본부로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감사관실이 제보를 받고 뭉갰다는 의혹도 있다. 감사관실은 "실무 담당자인 박 모 서기관이 12일 점심 무렵 제보자 A씨로부터 제보를 받았다"고 했지만 A씨는 "감사관실 박 서기관에게 문제의 사진을 보낸 건 11일"이라고 밝혔다.

박 서기관은 중앙징계위원회가 해당 대사의 갑질행위 심사를 준비하던 3월 초 피해자들의 실명이 담긴 진술서를 징계 대상인 해당 대사에게 이메일로 전달해준 인물이다. 당시 감사관실은 "중앙징계위에 자료를 보내다 엄청난 실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신분이 노출된 피해자들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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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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