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직원들 보복·압박 시달려

감봉 3개월 솜방망이로 마무리

개혁보다 '제식구 감싸기' 치중

주방글라데시 대사의 대통령 사진 욕설 댓글 논란으로 현지 교민사회는 술렁거렸다. 진위 여부가 파악되지 않았지만 현직 대사가 대통령에게 '육두문자'로 불만을 표시했다는 점 때문이다. 현지 대사관 직원은 "이곳에 주재하고 있는 외국 대사관들 사이에도 문제의 사진이 나돌았다"면서 "구글 번역기로 돌리면 대사가 올린 짧은 글자가 욕설이란 게 금세 확인된다"고 전했다.

해당 대사는 페이스북 계정 도용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현지에서는 "현 대사가 갑질 행위로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불만을 품어 이런 일을 벌였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사태에 대응하는 외교부의 태도다.

지난 6일 밤 대통령 사진 밑에 달린 욕설 댓글이 11일(외교부 주장은 12일) 외교부에 제보된 뒤 닷새가 지난 16일까지도 해당 대사에게 전화로 "당신이 한 게 맞느냐"는 확인 한번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문제의 댓글도 그대로 방치돼 며칠간 노출됐다..

제보자 A씨가 감사관실 박 모 서기관에게 해당 사진을 보내며 제보를 했고, 감사관실은 12일 오후 강경화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튿날인 13일 감사관실은 자체 회의를 열었지만 16일 오후 해당 대사가 외교부 대변인실에 전화로 통보한 사실을 전해들었을 뿐, 구체적인 조사는 시작되지도 않았다. 이날 밤 페이스북 해당 공개그룹의 대통령 사진에 달린 해당 댓글은 사라졌다.

사태를 방치한 듯한 외교부의 태도는 해당 대사가 지난해 대사관 행정원 등 직원들에게 과도한 횡포를 부린 혐의(내일신문 2017년 10월 11일 보도)로 착수한 감사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외교부 감사관실은 방글라데시 대사관에 근무 중이던 요리사, 행정원 등으로부터 광범위한 제보를 확보해 기초사실을 확인한 뒤 11월 초 5일간의 현장감사를 마쳤지만, 적용 혐의가 대폭 축소됐고 외교부 자체의 징계 양형 결정도 12월 하순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징계를 가할 사안과 증거가 차고 넘친다"던 외교부는 견책 수준의 경징계 방침을 강 장관에게 보고한 뒤 정부 중앙징계위원회에 이런 내용의 양형을 품위했다.

해당 대사는 현지 감사가 나오기 전 모든 직원들을 모아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정신교육'을 압박하는 등 피해 진술을 했을 만한 대상자들을 상당히 괴롭혔다.

감사관실은 이런 사실도 추가 제보로 세세히 파악했고 "해당 대사의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 이런 사람은 처음 본다"면서도 '2차 가해'에 대한 추가 징계는 피했다.

이 때문에 외교부가 '제식구 감싸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외교부 내부에서 해당 대사의 감사와 관련 "너무 세게 하지 말라"는 주문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더 큰 문제는 중앙징계위의 심의를 앞둔 3월 초에 벌어졌다. 해당 갑질 조사건의 실무를 총괄하던 박 모 서기관이 중앙징계위에 징계 품위 관련 추가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면서 징계 대상자인 해당 대사에게도 자료를 전송한 것. 자료에는 감사관실의 조사에 응한 피해직원들의 진술 내용이 실명과 함께 정리돼 있었다. 감사관실은 당시 "엄청난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실수를 가장한 고의'였을 개연성도 적지 않아보였다.

이 탓에 진술에 나섰던 직원들은 엄청난 보복위협과 협박에 시달렸다. 해당 대사가 본국으로 소환돼 압박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대통령 욕설 댓글을 제보한 A씨는 "대사가 피해진술을 한 직원들을 상대로 정반대 내용을 다시 진술하도록 강요해 문서로 받았고, 일부 직원에겐 '시말서'를 쓰라며 강요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해당 대사는 결국 지난달 16일 중앙징계위에서 감봉 3개월의 경징계로 결론났다. 감사 착수에서 징계 확정까지 6개월 가까이 시간을 끌었고, 수위도 낮아진 것이다. 해당 대사는 임기를 다 마치고 오는 26일 귀국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외교부의 갑질 기획감사로 적발된 싱가포르 대사가 중도 소환조치된 뒤 중징계 처분을 받은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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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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