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 인권센터 운영키로

보건의료노조 "예방 강화"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등 병원노동자들이 성폭력을 당하고도 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는 1.4%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병원 내 노동조합이나 고충처리위원회를 통해 문제의 해결을 요청하는 경우도 1.4% 정도로 매우 낮아 성폭력 피해자들이 대부분 혼자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간호사협회는 인권센터를 설립 운영해 신고 상담 통로를 제공하고 주기적인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보건의료노동조합은 예방교육활동을 강화하고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수치가 높은 병원들을 대상으로 우선 노조의 단체활동을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보건의료노조가 조합원 2만86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병원노동자 8.0%가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간호사는 10.5%로 성폭력 피해를 가장 많이 당하는 직종으로 나타났다. 물리치료사가 7.2%, 간호조무사가 5.0% 등으로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있었다. 밤 근무를 하는 3교대를 하는 노동자들이 11.0%로 성폭력 피해가 많았다.

성폭력 가해자를 보면 환자가 71.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의사인 경우는 14.1%, 보호자인 경우는 12.8% 순으로 나타났다. 병원 내 의사나 상급자는 지속적인 성폭력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환자와 보호자의 경우 단발성이여서 별도의 경고성 예방활동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윤은정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성평등위원회 담당)은 "환자들의 폭행에 대한 경고성 홍보물을 병원 내 배포·게시할 계획이며, 경찰서 3분 출동 연계나 일정규모 이상 병원은 청원경찰을 배치해 초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병원노동자 중 성폭력 피해자들의 해결 방법에는 다수가 참고 넘기는 등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다. 참고 넘기는 경우가 77.4%나 됐다. 그나마 직장상사나 동료 등 주위에 도움을 구하는 경우는 21.2%로 나타났다. 병원노조, 고충처리위원회, 혹은 법적 대응 등은 1.4%씩 저조했다.

이렇게 사적인 통로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문제 해결 가능성을 낮추는 결과를 낳는다. 병원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사안을 무마되거나 덮어버리는 조직문화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윤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단체협약 복리후생부분에서 성차별적 요소가 얼마나 되는지, 5월 병원노동자실태 조사에서 성폭력 관련 병원별 실태조사를 밝힐 예정"이라며 "법적으로 두게 되어 있는 명예고용감독관 설치토록 요구하고, 성폭력 행위가 발생할 경우 노조에서 진상조사위를 만들고 병원 측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고용부에 특별감독관을 파견을 요청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병원노동자 가운데 간호사는 다른 직종에 비해 성폭력 사례가 더 많았다.간호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성희롱 또는 성폭행을 당한 경우가 있는 피해 간호사는 18.9%로 많았다.

가해자는 환자가 59.1%, 의사가 21.9%, 보호자가 5.9%로 나타났다. 전체 병원노동자들의 피해 수치보다 환자와 보호자에 의한 성폭력보다 의사에 의한 피해가 더 많은 차이가 있다.

예방활동과 관련 병원 측의 성희롱 등 예방교육을 제공받지 못한 경우는 20.9%로 나타났다.

간호사협회는 미투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1월19일부터 '성폭력, 성희롱 예방교육-사례를 중심으로' 강연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강연에는 권력형 성폭력에 맞닥뜨렸을 때의 대처법 등이 포함됐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사협회에 간호사 인권센터 운영을 지원하고, 피해사례 신고 접수 시 필요한 경우 법률자문, 성폭력 상담 등 구제 서비스를 연계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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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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