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외교위 투표부터 난관 … "예스맨, 강경매파, 무슬림에 편견"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의 상원 인준이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

민주당 상원의원 다수가 폼페이오 인준에 부정적인데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랜드 폴 상원의원이 반대하고 나서 비상이 걸렸다.

폼페이오는 "대통령 말만 따르는 예스맨이고 지나친 강경매파이다. 게다가 무슬림과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민주당 상원의원 다수로부터 국무장관 인준반대 장벽에 부딪혀 있다.

민주당 반대 속 공화당 추가이탈표 가능성 = 당장 첫 관문은 다음주 초로 예정된 상원외교위원회의 인준투표다.

백악관과 공화당 등 여권은 현 중앙정보국(CIA) 국장인 폼페이오 내정자가 부활절 주말(3월 31일∼4월 1일) 극비리에 방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비핵화 사전조율'에 나서는 등 북미정상회담 준비의 '키맨'이라는 점 등을 들어 조속한 인준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대 속에 공화당 내에서도 추가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있어 현재로선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칫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장관도 없이 첫 북미정상회담에 나서고, 이란 핵합의 등 난제들을 다뤄야 하는 처지에 내몰릴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폼페이오 내정자에 대한 상원 외교위 투표가 오후 23일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미 의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투표는 오후 5시로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상원 외교위는 공화당 11명, 민주당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화당 랜드 폴(켄터키) 의원이 이미 공개적 반대 입장을 내놨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찬성표가 나오지 않는다면 10대 11의 찬반으로 부결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민주당 내에서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인사는 없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의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의원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혀 여권 내 이탈표 발생 가능성마저 생겨났다.

물론 외교위에서 부결된다 해도 공화당 상원 원내사령탑인 미치 매코널(켄터키) 원내대표가 인준 안건을 '상임위 비추천'이라는 부대 의견을 달아 본회의로 넘긴 뒤 표결에 부칠 수는 있다.

그러나 상원 내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석분포는 51대 49로 공화당이 가까스로 과반을 점하고 있다. 여기에 뇌종양 투병 중인 공화당 중진 존 매케인(애리조나) 의원이 본회의에 불참하고 랜드 폴 상원의원이 반대 입장을 공표한 상태라 민주당 전원이 반대한다면 부결될 수 있다. 백악관 입장에서는 민주당 상원의원 1명 이상을 끌어들여야 한다.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상임위 부결에도 불구하고 본회의 표결을 통해 인준에 성공한 케이스는 194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임명된 헨리 월러스 상무장관 때가 유일할 정도로 극히 이례적이다.

공화 우세지역 민주당 의원들, 지지로 기울어 = WP는 "지난해 CIA 국장 인준 절차를 통과했던 폼페이오 내정자가 이번에는 어려움에 봉착했다"며 "자칫 폼페이오가 거의 한 세기 만에 상임위 인준투표를 통과하지 못하는 내정자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를 대북 특사로 보내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하게 함으로써 첫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준비작업을 주도해온 그를 국무장관으로 반드시 인준해야 한다는 압박을 넣고 있다.

하지만 폼페이오의 극비방북에 대해 상원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은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후에도 인준청문회에서조차 모른 척 한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고 인준반대 입장을 굳히고 있다.

이에 비해 보수지역 출신인 민주당 존 테스터, 조 맨신, 빌 넬슨 상원의원 등은 "김정은을 직접 만나 대화를 한 것을 보면 강경매파의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다"며 긍정평가하고 있어 폼페이오 인준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이 때문에 폼페이오도 이 의원들을 직접 방문해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1~2명을 제외하고는 폼페이오 인준에 결집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상원의원들 중에 11월 선거에 나서는 공화당 우세지역 출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국무장관없이 김정은과의 첫 만남에 보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지지쪽으로 기울 조짐을 보이고 있어 결국 인준 가능성이 좀 더 높아 보인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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