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가능성 커져, 실사 중간보고서 나와 … 미GM '출자전환·3조원 투자' 구체적 논의

미GM 본사가 한국GM의 법정관리 데드라인 시점으로 20일을 언급한 가운데 한국GM 노사가 입장 차이를 좁히면서 협상 타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사협상이 마무리되면 GM과 정부의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된다.
적막감 감도는 한국지엠 부평공장 한국지엠(GM) 노사 제10차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진행된 19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20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국GM 노사가 협상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금호타이어나 STX조선처럼 데드라인 시점 직전이나 시한을 조금 넘겨서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이날 오후 7시 이사회를 열고 노사협상 결렬시 법정관리신청 안건을 상정해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한국GM 노사는 폐쇄를 앞둔 군산공장 근로자와 비용절감 문제를 놓고 협상 중이다. 양측은 자신들의 요구를 상대방이 먼저 이행해달라며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사측은 노조가 1000억원 규모의 복리후생비용을 줄이는 자구안에 합의하면 군산공장에 남은 근로자의 추가 희망퇴직과 전환배치 무급휴직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군산공장 근로자의 고용과 신차배정 문제를 확정하면 비용절감 자구안에 동의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정부는 노사가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다만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사회가 법정관리신청을 의결해도 법원에 신청서를 내는 시점은 빨라야 23일이다. 따라서 20일 협상이 타결되지 않더라도 주말까지는 협상이 진행될 시간적인 여유는 있다.

STX조선의 경우 9일이 데드라인이었지만 하루를 넘긴 10일 노사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산업은행과 회사는 법정관리신청 추진을 철회했다.

미GM은 노사가 합의하더라도 여전히 법정관리신청 카드로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산은에 27일까지 투자확약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법정관리신청이 GM의 현실 가능한 카드인지는 전문가들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법정관리신청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GM이 법정관리신청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국GM의 채권자는 미GM인데, 채무동결과 채무재조정으로 손실을 입게 된다"며 "자칫하면 경영권을 빼앗길 수 있어 미GM으로서도 위험성이 큰 카드"라고 말했다.

산은은 20일 오후 5시까지 한국GM 실사 관련 중간보고서를 내놓기로 했다. 실사보고서는 여러 가정들을 고려해 시나리오별로 구성됐으며 대주주인 미GM이 밝힌 3조원의 투자를 전제로 회사의 생존 여부도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GM은 한국GM에 빌려준 27억달러를 출자전환하고 10년간 28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실사보고서는 GM이 신차배정을 통해 일정 물량을 유지하고 약속했던 출자전환과 투자를 하면 한국GM을 살릴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실사보고서만 놓고 보면 정부와 산은의 지원 결정이 가능하지만 대전제는 GM의 투자계획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얼마만큼의 실행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달려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GM과의 협상과정에서 진의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GM이 빌려준 27억달러를 출자전환하면 2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지분은 급격히 감소한다. 따라서 정부와 산은은 대주주인 미GM에 차등감자를 요구했지만 일단 거부된 상태다.

차등감자를 통해 미GM의 지분을 줄이고 산은의 지분을 유지하지 못하면 산은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에서 행사할 수 있는 거부권(비토권)을 상실, 미GM을 견제할 수 없게 된다.

미GM과 산은은 실무진 협상을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는 크다. 배리앵글은 본사의 압박이 심하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산은 역시 한국GM 지원에 대한 국내 여론이 상당히 악화돼 있어 양보가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