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민실사단 1차 브리핑

"1조1309억원 추가지출"

산업은행이 한국GM 실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GM과 산업은행이 비용부담협약(CSA, Cost Share Agreement)을 맺은 이후 연구개발비가 큰 폭으로 증가, 11년간 1조1309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한국GM 경영부실과 먹튀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CSA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지엠 범국민실사단(실사단)은 19일 '한국지엠 부실과 먹튀 의혹의 열쇠 CSA'라는 제목으로 1차 브리핑 자료를 발표했다. 실사단은 산업은행이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를 배제한 채 깜깜이 실사를 벌이자 11일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됐다.

CSA는 2006년 말 미국GM과 산업은행이 체결해 2007년부터 적용됐고 2010년 개정됐다.

실사단이 한국GM 재무제표를 분석에 따르면 CSA 적용 전인 2003~2006년 평균 연구개발비는 매출액 대비 3.9%였다. 하지만 CSA 적용 뒤인 2007~2017년 평균 연구개발비는 4.7%로 이전과 비교하면 평균 0.8%p 늘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 1028억원, 11년간 총 1조1309억원 증가했다.

실사단은 "CSA는 자회사(한국GM)로 하여금 아무런 대가 없이 일방적인 비용부담만을 강요하는 것으로 불공정한 계약"이라며 "설령 CSA가 미국GM의 해외 자회사 전체에 적용되는 연구개발비 부담 기준이라고 해도 그 연구개발의 성과가 어떤 실체에 귀속되는지, 본사 또는 성과가 귀속되는 실체로부터 적절한 연구개발 대가를 받고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사단은 또 부실규모를 의도적으로 키웠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국GM은 이달 13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9650억원의 세전손실이 발생했다. 거액 적자에도 한국GM은 이 세전손실에 이연법인세부채로 1947억원을 더해 결국 당기순손실은 1조1598억원으로 확대됐다. 실사단은 "법인세비용은 회계기준상 인식해서는 안 되는 비용"이라며 "한국GM이 뚜렷한 근거 없이 수치를 추정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실사단은 이전가격 의혹에 대해 "삼일회계법인이 부품 매입에 대한 자료는 확인했으나 실제 확인이 필요한 완성차수출 자료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공시 재무제표를 검토해보면 해외로부터의 부품매입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실제 확인해봐야 할 지점은 부품매입이 아니라 완성차 수출 항목"이라고 주장했다.

실사단은 이밖에 '유럽 철수비용 부담' '본사 업무지원 비용'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실사단에는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장석우 금속노조 금속법률원 변호사 겸 회계사, 오민규 한국지엠지부 정책자문위원,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홍순탁 내가만든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 겸 회계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 금속법률원 회계사는 "산업은행과 한국GM은 불공정한 CSA 원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CSA 내용 일체를 공개하고 지출에 해당하는 합당한 수익을 보전받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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