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석 대한법률구조공단 상임조정위원·변호사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생활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의 추구, 인간다운 생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실현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래서 우리 헌법 제35조는 "국가는 주택개발정책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2017년도 한국주택금융공사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국 평균 자가거주율은 56.8%, 임차주택거주율은 38.2%이다. 서울은 각 41.4%, 57.7%이다. 우리 사회의 소(小)가족화, 고령화, 만혼·비혼 경향으로 인한 1인 가구 증가, 임대차의 단기·소형화 추세도 뚜렷하다.

국가는 국민의 임차주거권과 관련해 사적 계약관계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복지정책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여해 임차인의 지위와 권리를 안정적으로 보호하고 '인간의 주거 공간'의 적정 수준을 보장함으로써 사회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

주택임대차분쟁 신속·적시 해결돼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차계약의 체결-이행-종료(갱신 또는 재계약) 과정에서 주택의 유지·수선, 보증금·주택의 반환 등에 관한 갈등과 분쟁이 발생한다. 사금융적 고액 보증금, 짧은 임대차기간, 바닥 난방 배관 누수와 같은 특수성은 분쟁을 가중시킨다. 보증금 반환·지급의 연쇄성, 대체주택의 즉시적 확보 곤란으로 임대차분쟁은 신속하고 적시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민사사건의 전형적 해결수단은 법원의 소송·재판이다.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종국 판결 이후에도 후유증이 크다.

법원까지 가지 않고 제3자(조정위원)의 도움으로 당사자 스스로 원만·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한다면, 임차인의 주거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임대인의 재산권도 균형적으로 보호될 것이다. 이를 위해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주택임대차분쟁 조정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5월 30일부터 이와 유사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 운영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

서울을 비롯한 대한법률구조공단 6개 지부에 설치된 조정위원회는 올 4월말 기준 총 1916건의 조정신청을 접수하였고, 그 중 744건이 상대방의 동의로 조정이 개시되어(조정개시율 42.17%), 529건이 조정성립되었다(조정성립률 71%). 금전지급이나 주택인도에 관한 강제집행승낙 합의가 포함된 경우 집행력이 부여된다. 원만하게 화해취하된 사건도 361건에 이른다(분쟁종결률 80.54%). 평균 수수료액은 6200원, 평균 소요일수는 27일에 불과하다. 당사자들은 분쟁 해결 과정과 '조정실'이라는 학습공간에서 커뮤니케이션과 협상 능력, 자율적 문제해결능력을 키운다.

개선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피신청인의 조정거부로 인해 각하 종결된 사건이 497건(각하종결률 25.93%)이나 된다. 한국생산성본부의 조사 결과, 조정성립과 화해취하의 경우 고객만족도(PCSI)가 각 79.2, 79.9로 높은 반면, 조정각하시 58.0으로 매우 낮다.

상가건물 임대차 조정제도 만들어져야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되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집합건물분쟁조정위원회 등 유사 행정형 조정위원회와의 효율적 통합 운영을 통해 이용자들의 접근성과 편이성을 제고하고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주택 못지 않게 국민들의 경제생활과 밀접하고 신속하고 원만한 분쟁해결이 절실한 상가건물의 임대차에 대해서도 조정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률안의 조속한 처리를 기대한다.

곧 첫돌을 맞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제 역할을 통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함께 편안하고 행복하며,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미덕, 관용과 화합의 링컨정신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기를 소망한다.

최재석 대한법률구조공단 상임조정위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