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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달러체제 무기력한 유럽 이란 핵합의 구하기 힘들다

등록 : 2018-05-16 11:04:33

유럽연합(EU)과 영국 프랑스 독일의 외교장관들이 15일(현지 시간) 브뤼셀에서 이란 외교장관과 만나 지난 2015년 국제사회와 이란이 체결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이란핵합의)'을 정상적으로 이행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들은 핵합의가 약속한 대로 이란이 핵개발을 동결하면 서방국가가 계속 투자를 이어가고 이란의 원유수출도 가능토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내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차관급 회의를 열어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달러 체제에 기반한 현재의 금융시스템에서 그같은 일은 벌어지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왔다. 온라인매체 '미제스인스티튜트'는 "유럽 각국 지도자들이 이란 고위관료들을 만나 미국의 새로운 제재를 우회할 방법을 찾고 있다"며 "하지만 달러 체제 하에 있는 유럽은 미국의 조치에 무기력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란핵합의 파기 이후 유럽 내에선 독불장군 미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일방적 조치를 비난하며 미국이 '경제금융 경찰'처럼 행동하는 데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 12일자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재무장관 브르노 르 메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합의를 파기한 직후 "우리는 미국의 바짓가랑이나 붙들면서 그들이 결정한 것을 그대로 따르는 노예가 되길 원하는가, 아니면 '우리도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다', '이란과 교역을 지속하겠다'고 당당히 말하기를 원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NYT에 따르면 유럽 각국은 이란과의 경제교류를 지속하기 위해 몇가지 대안을 강구중이다.

그중 하나는 1996년 도입된 '방어 조항'(blocking statute) 카드를 꺼내는 것이다. 1990년대 미국이 쿠바와 리비아 이란 등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며 이들 국가와 거래하는 국가나 기업에게 페널티를 가하겠다고 위협했을 때 유럽이 집단 대응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다. 일반적으로는 사법관할권이 다르다면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으로, 유럽이 미국 주도 제재를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내용을 담은 조항이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해당 조항이 사용된 적이 없을뿐더러, 유럽 각국조차 실제 효과를 내는 무기라기보다 정치적 의미가 담긴 엄포용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90년대 이 조항을 꺼내들어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의 조치 철회를 이끌어낸 바 있다. 하지만 현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대세다.

또 다른 대안은 미국의 금융체제와 관련되지 않은 새로운 금융기구를 설립하는 것이다. 이란은 이미 공식 회계산정 단위로 '유로화'를 지정했다. 따라서 표면상 이 대안이 보다 현실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대안의 문제는 최근 수년 동안 미국이 금융산업을 무기화하며 달러 패권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지난 2월 20일 '미국의 제재를 막겠다는 유럽의 위협은 공허하다' 제목의 기사에서 "2010년 미 의회는 이란의 국제교역과 금융거래 기반을 끊어내는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란의 금융기관들 대부분이 다양한 불법활동에 관련됐다며 블랙리스트에 등재했다. 의회는 이란의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든 것. 이에 따라 이란 은행의 해외지점 역할을 하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미국 내에서 금융업을 할 수 없게 됐다.

2011년 미국은 이란중앙은행의 모든 거래도 블랙리스트에 포함했으며 2012년엔 이란 실물경제 부문의 광범위한 활동까지 포함해 여하의 관계를 가진 모든 거래를 불법화했다.

이제 그 어떤 금융기관도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될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이란과 거래를 하기 힘들어졌다. 따라서 유럽이 90년대 만든 '방어 조항'을 꺼내들어도, 미국이 달러체제에서 배제시키겠다는 위협 앞에선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미국 의회는 민간은행을 대신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앞장서 미국의 달러체제를 우회하는 특별한 금융기관을 만들 경우에 대비해 ECB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을 이미 고안중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위클리스탠더드'는 11일 "미 의회 내에서 ECB를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메모가 회람되고 있다"고 전했다.

메모에는 '유럽 각국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모든 외국 금융기관에 적용되는 미국의 금융제재는 민간은행뿐 아니라 중앙은행과 정부소유은행, 정부통제은행도 망라한다는 점을. 지급결제 프로세스를 민간기관으로부터 중앙은행으로 전환해 제재를 피해보려는 나라들은 자국의 금융시스템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제스는 "역설적인 것은, 유럽이 트럼프를 막을 현실적 방법이 없다는 사실은 대선후보 때 트럼프가 신봉했던 '미국 우선주의' 세계관이 정당했음을 웅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아 외교관계를 재정비하겠다고 나선 것처럼 유럽 역시 미국의 달러체제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실상 미국의 노예국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미제스는 "진정한 자기결정권을 갖기 위해서는 정치적 분권이 최고의 방법이듯,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분권이 최고의 방법"이라며 "현재 진정 필요한 건 달러 중심의 글로벌 통화체제를 재검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레턴우즈 체제 이래 성립된 달러 지배체제가 계속되는 한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는 달러를 무기삼아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고 이 매체는 강조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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