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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경의선 공유지 커먼즈 운동

등록 : 2018-05-16 10:56:47

박배균 서울대 교수 지리교육

서울에서 경의선 일부 구간이 지하화 되고 남겨진 지상의 부지는 철도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는 국유지이다. 상식적으로 국유지는 국민 모두의 공동자산이고, 이를 관리하는 정부는 국민의 공적인 이해에 부합되도록 이용하고 관리해야 한다. 경의선 부지는 이러한 상식에 맞게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가?

불행히도 경의선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2005년 경의선이 지하화되면서 그 지상구간에 대한 공원화와 대규모 상업적 재개발이 실시되었고, 이는 인근 지역에서 극심한 임대료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를 유발했다. 모두의 공동자산인 국유지가 시민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대기업과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매각되어 난개발되었고, 그 피해가 인근 지역의 주민들에게 전가된 것이다.

다행히도 경의선 부지 중 공덕역 바로 옆 공간은 아직 미개발된 채로 남아있다. 경의선 부지의 상업적 재개발과 그로 인한 부작용에 놀란 여러 시민주체들은 2013년부터 '늘장협동조합' '경의선 공유지시민행동' 등을 조직해, 공덕역 옆의 미개발된 경의선 부지를 시민주도의 자치적 공유지로 활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의선 부지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 협력적인 사회적 관계 만들어

이처럼 토지와 같은 자원을 시민들이 직접 나서 공동으로 이용, 관리, 책임지는 활동을 커먼즈 운동이라 부른다. 공동자원 공용자원 공유지 공용지 공유재 등 다양하게 번역될 수 있는 커먼즈는 공동체의 규칙과 규범에 따라 공동으로 이용하고 관리되는 공유된 자원을 의미한다. 토지, 물 등과 같은 자연자원 뿐 아니라 최근에는 문화적 인공물, 지식 생산물과 같이 사회적 생산물도 커먼즈에 포함된다. 위키피디아는 커먼즈의 대표적 사례이다.

최근 들어 커먼즈를 만들고 확대하려는 운동이 각광받고 있는데, 이는 신자유주의의 확산에 따른 사유화의 심화로 인해 사회적 위기가 악화된 것과 관련된다. 신자유주의 이념의 확산은 물, 자연경관, 에너지, 공적연금, 교육, 의료, 주택, 지적 생산물 등 국가나 공동체에 의해 공동으로 소유되고 이용되던 자원들을 민영화하거나 사유화해, 상품화하고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방식을 보편화시켰다. 이러한 과정은 공동체의 파괴,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환경적 위험의 증대 등과 같은 사회적 위기를 증폭시켰다.

최근 들어 커먼즈 운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이러한 위기에 대한 사회적 반작용이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 협력적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그를 바탕으로 이전에 사유화되었던 자원을 재사회화해 공동으로 이용, 관리, 책임지는 커머닝의 실천이 신자유주의화에 의한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도시는 사람들의 일상적 삶과 만남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사회적 공간인 동시에, 그 공간을 이용하고 전유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집합적으로 만들어낸 공동의 생산물이다. 하지만 투기적 욕망에 기댄 도시개발 과정은 이윤 추구를 위한 공간의 사유화와 상품화를 초래해, 모두의 작품이어야 할 도시를 소수의 독점물로 만들고 있다. 특히 투기적 개발로 인해 임대료 상승, 젠트리피케이션 등과 같은 불행과 재난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도시공간을 사유화 체제에 맡겨두면 안돼

이러한 도시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도시공간을 사유화 체제에 맡겨두기 보다는, 시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해 그 혜택을 나누고, 동시에 공동으로 관리하고 책임지는 커먼즈로 바꾸는 노력이 절실하다.

커먼즈 운동은 신자유주의화된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일부 독점적 권력에 의해 사유화된 권력과 자원을 다시 탈환하고, 이를 여러 시민들이 공동으로 이용하고 관리하며 재사회화하기 위한 실천적 전략이다. 커먼즈 운동의 확산과 성공을 기대한다.

박배균 서울대 교수 지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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