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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제발 선거에 5.18 그만 좀 이용하세요"

정치권, 선거 때마다 정쟁 활용

시민들은 생활 속 '정신' 계승

등록 : 2018-05-16 10:15:59

"당시 아픔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정말 알 수가 없어요. 그땐 너무 처참했어요. 더 이상 5.18을 정치에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5.18 당시 꽃같이 예뻤던 여동생을 잃었던 박 모(58·여)씨는 5.18이 선거철마다 이용하는 모습에 애써 참았던 분통을 터뜨렸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과 전남도당 당직자들이 지난 1월 5.18국립묘지를 참배하고 '바른 공천'을 약속했다. 사진 민주당 광주시당 제공


정쟁 수단으로 악용 = 5.18민주화운동이 발생한지 38년이 지났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정쟁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선거 경선이다.

학생운동 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강기정 전 의원 측은 전두환 정권 때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을 지냈던 이용섭 전 의원의 과거 전력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심지어 '독재정권 부역자'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 같은 공세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정책선거는 실종됐고, 5.18 관계자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뿔뿔이 찢어지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이 "제발 그만 좀 우려먹어라"고 따가운 눈총을 보냈지만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져갔다.

잠시 수그러들었던 정쟁은 또다시 광주시장 선거에서 재현될 전망이다. 민주평화당은 최근 광주시장 후보로 김종배 전 국회의원을 확정했다. 김 후보는 1980년 5.18 당시 시민·학생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을 사수하다 붙잡혀 사형선고를 받았다. 김 후보는 최근 "광주시청에 전두환 정권에 협력했던 자의 사진이 걸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5.18 쟁점화에 시동을 걸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광주시장 선거를 '5.18 사형수' 대 '전두환 정권 비서실 행정관' 대결로 몰고 가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김 후보는 이에 대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얘기했다"면서도 "선거 때 그 정도는 얘기해야 한다"고 밝혀 정쟁을 예고했다.

마을행사로 정신 계승 = 이처럼 정치권이 5.18을 정쟁수단으로 활용하는 반면, 광주시민들은 생활 속에서 묵묵히 5.18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5.18행사위원회에 따르면 5.18정신을 계승하는 마을행사가 30여개 이상 열린다. 행사위가 파악하지 못한 행사까지 더하면 50여개 이상으로 전망된다. 광주 운남동 자원봉사캠프와 주민자치회가 지난 10일 '5.18 새로운 시작'을 주제로 기념행사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시민들은 주먹밥 만들기, 기억부채 만들기, 역사인식 문제풀이 등을 통해 5.18을 간접 체험했다.

광주 일곡·삼각동 시민들도 오는 22일 이색주먹밥 만들기대회를 열어 희생자들을 추모할 예정이다. 이 같은 마을행사는 지난해 열린 촛불혁명 이후 뚜렷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이성 5.18행사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마을행사가 지난해보다 30% 가량 증가했고, 내년에는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묵묵히 5.18정신을 이어가는 사례다"고 설명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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