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들, 금감원 앞 7번째 집회 … 감사원에 '직무유기' 감사청구 예정

계약자에게 유리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는데도 그동안 계약자 패소 판결만을 공개해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거부 근거를 제공한 금융감독원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15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보암모) 회원 150여명이 보험사의 암 입원보험금 지급 거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 박소원 기자


15일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보암모) 회원 150여명은 금감원 앞에서 7차 집회를 열고 "새로운 대법원 판결이 확인된 만큼 보험사들은 요양병원 입원 보험금을 100%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 대법원은 요양병원 입원도 암치료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내일신문 5월 10일 "'요양병원 입원 암보험금 지급' 대법 판결 있다" 보도 참조>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 모씨는 민원검토 회신문을 보여주며 금감원이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 거부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가 최근 보험사로부터 받은 회신문에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사례 및 보도자료에 의하면 '암이 남아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의료행위까지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회신문이 인용한 2009년 분쟁조정사례와 2015년과 2017년 금감원의 보도자료 내용은 △병원에 입원했다고 무조건 입원비가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암수술, 항암치료 등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입원한 경우 암입원비가 지급된다 등이다.

이에 대해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 대표는 "보험사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밀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사실상 집단소송에서 승소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단소송제도란 일부 피해자가 전체를 대표해 제기하는 소송으로 판결 결과를 집단이 공유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보험금 분쟁과 관련해 집단소송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보암모 운영진은 이날 금감원에 제출한 공식질의서에서 "2015년, 2017년 보도자료를 근거로 보험사와 금감원은 암입원보험금 부지급 사유를 '약관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법원의 판례를 참고자료로 한다'고 했다"면서 "2016년 9월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한 대법원 승소판결이 나왔으면 이전 판례를 기준으로 부지급한 보험금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금융감독원은 기존 암 입원보험금 부지급에 대한 민원을 검토하기보다 민원과 관련 없는 다른 보험이용자의 보험금 지급 기준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보험회사가 이미 발생한 보험금지급 민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게 만들고, 미래의 보험이용자에게 지급될 보험금을 줄여보려는 금융감독원과 보험회사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 후 면담에 참석한 금감원 분쟁조정 실무자는 "계약자 승소, 패소 판결 모두 숙지하고 있다"면서 "보험금 지급 여부는 개별 케이스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향적인 보험금 지급 요구에 대해서는 계약자 입장에 서서 보험금 지급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현재 금감원은 암입원보험금 관련 민원에 대해 개별 회신을 중단하고 관련 민원 500여건을 분석 중이다.

보암모 운영진은 "보험회사를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오히려 보험사편에 서서 계약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금융감독원의 심각한 직무유기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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