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트럼프 모델' 언급하며 진화 … 볼턴 강경발언도 자제시킬 듯

북미정상회담 문턱에서 불거진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선 핵포기, 후 보상)'을 둘러싼 갈등이 사실상 일단락됐다. 북한은 '미국이 리비아 해법을 고집할 경우 정상회담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백악관은 '트럼프 모델'을 언급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로써 초강경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거듭 주장한 '리비아 모델'은 완전히 배제되는 분위기다.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리비아 모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나는 그것(리비아 모델)이 논의의 일부인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우리가 (리비아 해법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또 "이것(비핵화 해법)이 작동되는 방식에 정해진 틀(cookie cutter)은 없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부른 리비아 모델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도 '트럼프 모델'이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통해 협상에서 여전히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샌더스 대변인이 "대통령은 최고의 협상가이고 우리는 그 점에서 매우 자신 있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북한의 정상회담 무산 엄포에 대해서도 "우리가 충분히 예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갈등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며칠째 관련된 트윗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기자들의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신중모드를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취재진으로부터 '북미정상회담이 여전히 유효한지' 등의 질문세례를 받으면서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는 말만 반복했다.

또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면서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전혀 통보받은 바도 없다"고 덧붙였다.

주도권을 놓지는 않겠지만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해 전체 판을 깨는 우를 범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백악관 내부에서도 리비아 모델에 서둘러 선을 그으면서 볼턴의 강경발언을 자제시킬 필요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트럼프는 '배드캅(나쁜 경찰)' 역할을 하고 있는 볼턴을 자제시키는 대신 두번의 평양방문 이후 '굿캅(착한 경찰)'으로 돌아선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무게를 실어 세기의 빅딜 성사를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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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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