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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인터뷰│박봉규 서울테크노파크 원장]

"소규모 맞춤형 전문제조공간 만들자"

스타트업 기업에 도움 … 구조개혁 통한 새판짜기 필요

등록 : 2018-05-17 12:56:53

"테크노파크(TP)는 지역 특화산업을 육성하고, 지역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테크노파크는 역할이 좀 애매한 부분이 있어요. 서울도 분명 지역(지방)의 하나인데, 대체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박봉규 서울테크노파크 원장은 16일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첫마디를 꺼냈다.

박 원장은 "수도권도 분명한 지역전략이 있어야 한다"며 "서울테크노파크가 서울 특화산업을 육성하고, 서울에 있는 중소기업을 키우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릉동 본원을 기반으로 용산 Fast-ICT 제조지원센터, 장안평 자동차산업 종합정보센터, 강남창업지원센터 등 서울 곳곳에 맞춤형 시설을 운영해 다양하게 중소기업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장안평을 차부품 재제조산업 메카로 = 서울TP는 노원구 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의 가장 북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남과 강북의 균형발전을 위해 서울TP를 이곳에 설립했다고 한다.

그런데 설립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서울TP가 위치한 지역에 산업과 기업이 적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현재 서울TP 입주공간엔 반도체·원자력 분야의 80여개 기업이 들어와 있다"면서 "이들 기업에게 실험실습실·강의실 등 공용 편의공간을 제공하고, 주기적인 교육프로그램과 네트워크 지원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하지만 여기에 만족할 순 없었다. 그래서 용산, 장안평, 강남 등으로 영역을 다양화했으며, 향후 구로지역에도 제조전문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용산 Fast-ICT 제조지원센터는 용산상가 내에 영세 제조업체를 위한 도심형 팩토리 모델로 운영하고 있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에 창업공간은 여기저기 많이 있다"면서 "하지만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기업을 위해 제품을 소량 생산할 수 있는 전문제조공간은 거의 없다"고 Fast-ICT 제조지원센터 설립 배경을 밝혔다.

이어 "스타트 기업들이 제품을 개발한 후 시제품보단 많게 소규모(한달에 100~200개) 제품생산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렇다고 스타트업 기업들이 제품개발 후 대기업에 제조를 위탁한다면 자칫 기술을 빼앗길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장안평 자동차산업 종합정보센터는 이 지역을 자동차부품 재제조산업과 자동차 튜닝산업의 메카로 키우기 위해 기획됐다"며 "산업별 맞춤형 교육, 수출지원센터 운영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창업지원센터는 강남구청 내 창업보육센터를 위탁 관리하며 창업인프라 및 맞춤형 마케팅 지원을 하고 있다.

긴 안목으로 산업의 틀 바꿔야 = 올해 들어 세계 주요국들과 달리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이 저조한 것과 관련해서는 "산업기반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긴 안목을 보고 산업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수출 상위 10개국의 올 1~2월 수출 증가율(전년대비)은 중국 44.5%, 이태리 20.6%, 네덜란드 20.4%, 프랑스 20.2%, 독일 19.0%, 미국 7.4% 일본 6.7% 등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3.3% 증가에 그쳤으며, 4월에는 -1.5% 감소했다.

박 원장은 "과거에는 수출이 산업을 선도했다. 그래서 성공한 나라가 우리나라"라며 "이제는 산업이 바탕이 돼 무역은 이를 최적화하는 구조로 가야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요즘 정책 당국자들은 모두가 세종대왕(성군)이 되려고만 한다"면서 "하지만 태종없이 세종이 있을 순 없다. 누군가는 이방원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결단없이 흘러가는 대로, 쉽게쉽게 가려고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제 개별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은 그만했으면 좋겠다"면서 "중소기업이 몰려있는 산업단지 같은 곳에 공동으로 쓸 수 있는 인프라 지원을 늘리고,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지원하는 게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각종 교육을 통한 인력양성, 환경개선, 공단 인근 기숙사 및 주차시설 건립 등 개별기업이 단독으로 투자하기 힘든 부분에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원장은 또 "4차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무조건 새로운 것만 찾으려 하지 말고, 기존 전통산업에 신기술을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국가 R&D예산이 연간 19조~20조원에 이른다"면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써야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R&D 구조에선 실질적인 내용보다 프레젠테이션(PT)을 잘하는 기업이 수혜자가 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면서 "그래서 연구개발보다 PT에 치중하는 기업도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 지도층 특권의식이 상생 저해 = 박 원장은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 대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20년을 닮아선 안된다고 말 하지만 어느덧 일본을 닮아가고 있는 우리를 본다"면서 "일본의 실패는 무엇보다 과거 성공에 안주해 그때그때 땜질처방만 하며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더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렵고, 패자부활전이 사라진 현실에서 젊은이들은 절망하고 있다"며 "대기업 집단의 월권과 갑질행위, 무엇보다 일부 지도층의 '나는 너희들과 다르다'는 특권의식이 사회통합과 상생을 저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대응에 있어 지난날 성공했던 정책을 조금 수정해 적용하다보면 다시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성공경험의 환상에 젖어 있다"며 "경제와 사회정책의 각 분야에서 구조개혁을 통한 새판짜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봉규 서울테크노파크 원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기업과 민간기업, 그리고 대학에서 두루 일한 다양한 경력을 지녔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대구광역시 정무부시장,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대성에너지(주) 사장, 건국대 석좌교수 등은 그가 지내온 삶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균형감 있는 경영철학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선우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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