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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지식을 재생산하는 글쓰기의 힘

등록 : 2018-05-17 19:01:43

라파엘로가 1510년에 완성한 그의 대표작 <아테나 학당>에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54명의 학자가 등장한다. 라파엘로의 상상력 덕분에 활동시기가 수백 년이나 차이나는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이 그림은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중앙 아치 아래에 있는 두 사람 중 왼쪽에 서서 우주론에 관한 책을 든 채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사람이 플라톤이다. 그리고 플라톤의 왼쪽으로 여섯 번째에 서있는 사람이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이다.


 
반은 자살에 가까운 소크라테스의 사형이 집행된 이후, 플라톤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글을 썼다. 스승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소크라테스의 변명, 파이돈, 향연, 국가론등은 이렇게 탄생되었다. 소크라테스는 책을 단 한 권도 쓰지 않았다.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사상에 대한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소크라테스를 기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플라톤은 허공에 흩어지게 될 소크라테스의 로 씀으로서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종이 위에 단단히 붙잡아 둔 셈이다. 플라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2500년 전에 태어난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의 뇌 속에 저장한 지식들을 밖으로 꺼내어 그 상황에 맞게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는 것을 귀찮아 하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지 않는다면 자신의 부족함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다. 김세연은 <비판적 책 읽기>에서 말은 사라지지만 글은 남는다. 글이 지식으로 바뀌지 말이 지식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럼 책을 읽고 반드시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책 내용이 오래도록 기억되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을 전제로 책을 읽게 되면 내용을 제대로 알아야만 뭔가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자연히 정독하게 된다. 꼼꼼히 생각하며 읽지 않으면 책에 들어 있는 내용이 습득되지 않아서 만족스러운 글이 나오지 않는다. 읽기로 지식을 습득한 후, 글을 씀으로써 지식을 재생산하는 것이므로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잘 읽어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감상문을 쓰는 동안 자신을 되돌아봄으로써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그가 쓰는 낱말과 낱말이 모여 그의 생각과 가치관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행위야 말로 자기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 앞에 서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글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글을 읽는 이가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내가 쓴 글이 논리적이라면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공부란 내가 무엇을 아는지를 찾아보는 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찾아보는 것이다. 글쓰기는 나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알려줄 뿐만 아니라 오늘의 나를 바라보게 한다. 오늘의 내 생각들이 모여 내일의 가 된다. 몇 년 후의 나를 위해 오늘 나는 어떤 책을 읽을지 골라보자.
 
박은경 원장
파워독서

박은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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