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리들 북 양다리 의심

트럼프 문 대통령과 통화

김정은 갑작스런 변화 탐색

정상회담 목전에 보여준 북한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로 미국 백악관 내부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협상 타결 의지까지 의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에서는 북한이 미국의 추가양보를 이끌어 내거나 아예 정상회담 자체를 취소할 가능성까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백악관 정상회담을 불과 이틀 앞둔 19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태도변화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집중적으로 물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4월 27일 문 대통령과 판문점 합의선언을 해놓고도 갑자기 남북고위급 회담을 취소하고 북미정상회담 취소가능성까지 위협하는 등 강경입장으로 돌아선 이유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질문한 것으로 미 관리들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김 위원장과의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하도록 하고 있지만, 백악관 내부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 타결 의지를 의심하고 우려하기 시작한 것으로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미국 선발대는 이미 싱가포르에 도착해 6월 12일 첫 북미정상회담 준비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부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비핵화 해법인 이른바 '리비아 모델'과 확실한 선을 그으면서 체제보장과 '경제적 보상'을 약속하며 북한 달래기에 나선 바 있다.

CNN 방송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자신이 정말 만나고 싶어한다는 걸 이해시킴으로써 북한과의 '쇼'가 계속 진행돼 나가길 원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상당수 미 관리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만난 직후 갑자기 강경태도로 바꾼 것으로 미루어 (미중) 양다리를 걸치고 미국으로 부터 추가양보를 이끌어 내려 하거나 북미정상회담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 미국에게 책임을 돌리고 아예 정상회담 자체를 취소하려는 것인지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시진핑 주석이 김 위원장을 두 번째로 만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의 갑작스런 태도변화가 중국 개입이나 입김 때문으로 비난한 바 있다. 특히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미국에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상당히 불쾌한 기류가 역력하다.

미국은 22일 한미정상회담은 물론 북미간 막후 협의에서 추가로 입장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나 시간이 부족해 빅딜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경고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다시 한 번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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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 워싱턴 = 한면택 특파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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