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현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이해인 수녀는 '5월의 편지'라는 시에서 "가끔은 세상이 원망스럽고, 어른들이 미울 때라도 너희는 결코 어둠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지 말고 밝고 지혜롭고 꿋꿋하게 일어서다오"라며 청소년들을 가슴으로 안았다. 5월 청소년의 달에 한 성직자의 절절한 시구가 마음에 와 닿는 것은 힘겹게 오늘을 살고 있는 청소년에 대한 사랑과 깊은 고민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교 수준의 정치권 우격다짐, 야만적인 갑질 행태, 열심히 공부했지만 결국 실업자인 형과 누나들, 직장에서 쫓겨나는 아버지들, 거기에다 과도한 줄 세우기식 입시교육 등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참담한 모습들과 비정상적인 교육현장을 청소년들은 과연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는 지난해 유행했던 '헬조선'이란 섬뜩한 신조어에서 명확히 찾을 수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 새로운 청소년 정책 추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의 마음의 상처가 이처럼 깊어질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우리사회의 피눈물 나는 반성이 없었다. 들불처럼 일어나는 언론과 미디어의 질타에 정부가 내놓는 예전과 다를 바 없는 긴급대책들은 데자뷰 현상처럼 다가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청소년정책을 전담하고 있는 여성가족부가 지난 3월 저출산과 저성장, 4차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사회흐름 속에서 기존의 청소년정책에 대한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제6차 청소년정책기본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이 기본계획에서는 청소년활동 및 복지 디지털플랫폼 구축과 청소년 서비스 인프라 개편, 민주시민학습 강화에 중점을 두면서 4차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청소년정책 추진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이 기본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전문가와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소통의 제도적 장치를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우리 사회는 초고도 산업사회를 지나 4차산업혁명시대로 진입했다. 이에 정부와 사회는 창조적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정신 안에서 청소년들이 미래에 대한 도전과 성취를 이룰 수 있는 정책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특히 청소년정책과 교육정책 간의 창조적 융합을 통한 새로운 프레임을 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의 교육정책은 산업화시대의 가치인 전인교육(全人敎育)을 기치로 인간의 신체적, 지적 성장과 정서적, 사회적 발달을 책임져왔다. 그러나 심각한 청소년 범죄나 청소년실업률의 증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대안교육이 부상하고 있는 현실이 보여주듯이 그 결과는 매우 참담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일부 시·도 교육청과 일부 교원노조에서는 청소년교육의 핵심 파트너인 청소년단체활동의 탈학교화를 주장해왔으며 근래에는 이를 추진하기 위한 로드맵과 함께 관련 정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육청들은 이를 공교육의 정상화와 업무효율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교육발전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것이다. 아직도 청소년교육을 학교 혼자 잘 할 수 있다는 산업화시대의 교육철학이 지배적인 우리나라 교육현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교육, 학교 혼자서 잘할 수 없어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많은 분들은 학창시절에 청소년단체활동을 통해 다양한 체험활동에 참여하면서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미래를 꿈꾸었던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현재의 나를 만드는 자양분이 되었음을 인정할 것이다.

시·도 교육청은 청소년단체활동의 탈학교화를 주장하기보다 청소년단체활동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교육적 가치를 창조해내는 일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4차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교육을 열어가는 길이다.

조달현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