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주거권특보, 한국 정부에 권고 … 재개발 재건축 정책.법 개정 촉구

“한국정부에서 주거권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인상적이었지만, 진정으로 인권 준수를 위해서는 큰 전환을 맞아야 한다고 느꼈다.”

발언하는 레일라니 파르하 사진 연합뉴스

정부 초청으로 14~23일까지 한국 주거권 실태를 살핀 레일라니 파르하(Leilani Farha 사진) UN주거권특별보좌관의 평가다.

파르하 특보는 방문기간 동안 장관 고위공무원 판사 변호사 시민사회대표를 만났다. 세입자는 물론, 쪽방거주자 노숙자 등 다양한 수준의 주거빈곤층도 면담했다.

9일간 활동을 마친 파르하 특보는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개최, ‘방한결과 정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인구의 상당수가 적정주거권의 초석인 거주 안정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앙정부 및 판사, 서울 부산 등 지방자치단체가 주거를 상품이 아닌 인권으로 이행하고자하는 의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르하 특보는 몇가지 ‘우려 사항’을 거론했다.

우선 도시 재개발 및 재건축 정책 및 법 체계를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주택 공급과 질을 향상시키지만 적정주거권과 ‘개발 기반 퇴거 및 이주에 관한 기본원칙과 지침’ ‘UN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 일반논평 7호’를 완전히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인권기준은 △국가가 이주에 대한 모든 대안을 고려할 것 △도시재생계획 수립이행에 대해 집주인은 물론, 임차인도 협의에 참여시킬 것 △부담가능성 등 모든 적정기준을 충족하는 대체 주택을 제공할 것 △주민들에게 퇴거와 관련한 법적 구제 접근권을 보장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모습은 그것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파르바 특보는 “정부가 대규모 철거방식에서 소규모 도시재생형 사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강제퇴거가 심각한 국제인권법 위반으로 간주되는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거주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빠뜨리지 않았다.

‘도시빈민의 주거안정성에 대한 지도원칙’에 따라 임차인에게 임대차계약 갱신권을 보장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해 거주 안정성을 높이는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주택 소유자들의 임대사업자등록을 의무화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임대차 계약갱신시 부담하기 힘든 임대료 인상으로 20년간 16번을 이사한 신사를 만났다며 잦은 이사가 학령기 아동과 고용측면에서 상당한 불안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노숙자에 대한 대책마련도 권고했다. 이들에게 최저생계비와 주택급여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일정한 주소지가 없는 노숙인들은 최저생계비와 주택급여를 받을 수 없다.

또 노숙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방지하고, 사설경비원(서울역을 관리하는 코레일 특별사법경찰, 민간기업이 고용한 사설경비원 등)이 노숙인을 대하는 방식도 경찰 수준으로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에 대한 주거권 보호도 촉구했다. 한국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저항이 있지만 한국이 국제인권법 상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인권보호와 사회보장급여에서 성소수자를 제외하는 것을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거주 외국인들을 주택급여 공공주택 기본생계지원에서 제외하는 것은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장애인 관련해서도 이들이 가족과 거주하거나,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적정주거 및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2016년 말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지만 여전히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등 국가차원의 탈시설화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파르하 특보는 2019년 3월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40차 UN 인권이사회에서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주거권 실현을 위한 한국 NGO 모임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유엔특보가 한국의 주거권 실태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현실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며 “정부는 UN인권이사회 의장국과 이사국을 역임한 지위에 걸맞게 '모두를 위한 주거권' 실현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김병국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