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재 소상공인회연합 회장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소상공인들은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촉구하며 3월부터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고, 4월부터는 국회앞 천막농성을 49일 동안 진행했다. 수많은 기자회견과 대규모 집회도 열었다. 소상공인들이 풍찬노숙을 한 이유는 그만큼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의 시장독점화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유진그룹의 초대형 공구마트 개장을 3년간 연기하라는 권고안을 결정했다. 유진기업은 권고안에 반발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최근 유진기업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초대형 공구마트 개장을 눈뜨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렇듯 정부 권고결정마저 무시하는 대기업 행태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필수적이다.

소상공인들이 간절함이 하늘에 전달돼 특별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막판 처리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와 협의가 부족해 법안이 기존 ‘중소기업적합업종’처럼 구성됐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소상공인 근거 기준 애매한 특별법

지금까지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 성장형 적합업종’ 지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막겠다는 단순한 이기심의 발로가 아니다. 소상공인들간 건전한 경쟁을 통해 자립기반을 마련하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산업을 더욱 풍성하게 하겠다는 소상공인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 주체인 ‘소상공인단체’에 대한 규정을 현재 중소기업적합업종의 근거법률인 ‘대·중·소 상생협력법’에 의해 규정하고 있다. 특히 기존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품목을 우선적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소상공인 보호 및 육성’이라는 법 제정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73개 품목 중 54개가 중소제조업 품목이다. 여기에 적합업종 심의 과정에서 각 업종별·품목별로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해야 하는 점도 소상공인에게는 불리하다.

영세한 업종 특성상 산업영향력 입증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 업종이 적합업종 지정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소상공인지원법’의 ‘소상공인단체’ 규정이 ‘전체 회원수의 100분의 90이 소상공인인 단체’로 이미 나와있는 만큼, 이에 대한 정의를 바로잡는 것이 소상공인 보호 및 육성이라는 법의 취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첩경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전체 산업적 측면에서도 보호의 영역 안에 속한 중소기업이 울타리에 머물러 적합업종의 효과를 누리려는 이른바 또다른 ‘피터팬 효과’도 일어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다른 피터팬 효과 발생 막아야

씨뿌린 자리마저 짓밟는 대기업의 횡포를 막아내고, 마중물을 흘러 보내 소중한 새싹을 틔우게 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의 건전한 ‘성장 사다리’를 복원하고, 소상공인들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높은 차원으로 구현되어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함께 보장되어 우리 산업이 더욱 건강하게 조성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울타리가 진정한 울타리 역할을 하려면, 울타리 안의 생태계를 균일하게 조성하고, 여기에 맞춰 이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려는 손길을 더해야 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현재는 시행령 등의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하는 시점인 만큼, 진정한 소상공인 적합업종 선정을 통해 법제정 취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경제생태계를 이루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기를 기원한다.

최승재 소상공인회연합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