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룡 한국액션러닝협회 회장
‘무지개식판’이라고 불리는 급식용 식판이 있다. 학생들이 식사를 한 후 잔반이 많아 늘 고민이었다. ‘잔반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다. 자율배식을 해 보았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음식량을 조절하기가 어려웠는지 잔반이 크게 줄지 않았다.

급식을 하며 서로 소통을 하도록 했다. 가령, “조금만 주세요”라고 할 때 그 ‘조금’이라는 양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어렵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고민을 하여 기존 식판에 무지개 모양으로 점선을 3줄 그었다. 조금만 먹고 싶은 사람은 첫번째 선까지 받고, 많이 먹고 싶은 사람은 3번째 선까지 배식을 받았다. 배식하는 사람과 먹는 사람 사이에 ‘소통의 기준’이 생긴 셈이다.

문제 해결하는 혜안은 작은 관심에서 시작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같지만 이것은 우연히 나타난 결과가 아니다. 학생들이 급식 현장에 직접 가서 배식과정을 관찰하고,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다시 모여 아이디어를 정리하며 많은 대안 중에 하나로 나온 것이 바로 식판에 눈금을 표시하는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사용하던 식판에 줄을 그어 양을 표시할 수 있게 해 보며 부족한 부분은 보완했다. 완벽한 것이 아니지만 프로토타잎(시제품)을 만들어 보고 사용하면서 보완해 가는 과정을 밟았다.

우리는 늘 혁신을 크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혜안은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또한 혁신의 기법을 알면서 접근할 때 우리는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지자체, 학교 및 공기업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이러한 기법을 활용하는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우문현답’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을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로 생각한다. 무지개식판도 현장에서 답을 찾아 일군 혁신의 성과물이다. 우리는 말하는 ‘탁상공론’과 차원이 다르다.

최근 모 지자체 공무원과 같이 ‘액션러닝 디자인씽킹 기법’을 활용한 문제해결 과정을 진행했다. 한가지 예로 ‘쓰레기 문제’를 고민했다. 도로변의 공용 쓰레기통은 주변이 지저분하고 냄새가 나며 불쾌감을 준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조치했던 것은 무엇인가?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CCTV’ 설치, ‘무단 투기시 벌금 부과’ 안내문 등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역발상을 했다. 이렇게 질문한 것이다. ‘도로변 쓰레기통을 기념촬영하고 싶은 장소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 질문을 통해 얻은 결론은 4각형 기둥 모양의 쓰레기통을 만들어 4개 면에 봄,여름,가을,겨울을 상징하는 멋진 사진이나 그림을 그리고, 쓰레기통의 앞면은 계절마다 돌려서 시민들이 감상하고, 사진도 찍고 싶게 하는 것이다.

해당 지역 주민의 자녀가 그린 그림이 붙어 있는 쓰레기통을 보면 어떤 행동을 할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보인다. 물론 쓰레기통으로서 고유 기능은 반드시 편리해야 한다.

우리는 늘 현장에서 문제의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놓치는 부분이 있다.

현장에서 관찰하고 상대 입장에서 직접 체험해봐야

먼저, 현장을 잘 관찰해야 한다. 둘째, 그 사람의 입장에서 직접 체험해 봐야 한다. 실제 이해 당사자(또는 사용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코 나의 고정관념이나 편견, 나만의 확증편향적인 스키마(schema)에 따라 판단을 해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현장 중심으로 문제 해결을 해 나가는 액션러닝(Action Learning) 기법이나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 기법이 도움이 많이 된다. 이 문제 해결 방법은 다양한 사람이 참여하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때문에 참여형 민주주의를 만드는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면 다양한 의견이 있고, 그들의 집단지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할 수 있다. 진정한 혁신은 도구를 갖고 현장에 나갈 때 비로소 가능하다.

박해룡 한국액션러닝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