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정

'간접수용도 보상' 명시

정부가 이란의 '다야니'측이 제기한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에서 패소하며 730억원의 예산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이 양국간 투자협정을 근거로 한 소송에서 한국정부가 패한 첫 사례다.

이뿐 아니라 정부가 '간접수용' 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ISD에서 줄이은 제소와 패소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2년 3월부터 발효된 한미자유무역협정(한미FTA)은 '간접수용'을 보상대상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일중 성균관대 교수는 10일 "간접수용으로 인한 손실 보상을 구하는 제소는 다야니나 론스타 사건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빈번할 것"이라며 "그만큼 피해가 전방위적으로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간접수용이란 직접수용은 아니지만, 규제를 통해 수용적 효과를 내는 조치를 의미한다. 한미FTA 협정문 제11.6조 제1항은 '공공목적에 따른 직접 또는 간접수용에 대해 차별없이 신속하고 적절하며 효과적인 보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은 '보상기준으로 수용이 발생하기 직전의 공정한 시장가격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한국토지공법학회(회장 석종현)는 2012년 11월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용역보고서에서 "간접수용과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규제는 매수청구권을 인정하는 토지이용규제"라며 "개발제한구역 접도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자연공원 등의 토지를 소유한 미국인이 간접수용으로 인한 손실보상을 청구할 경우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발제한구역 등의 토지를 보유한 미국인이 한미FTA를 근거로 손실보상을 청구하면 내국인에게는 인정하지 않던 손실보상을 해야 한다. 토지공법학회는 "이 경우 보상액은 이용제한으로 하락한 가치나 토지이용이 제한됨으로써 토지소유자 등이 입게 된 피해액 등으로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2017년 3월 말 현재, 미국인이 소유한 우리나라 토지는 총 5만여 필지로 면적으로는 119㎢에 달한다. 공시지가로는 12조원이 넘는다. 이들 중 규제로 손실을 입은 미국인이 ISD를 신청하면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취득예정 토지에 대한 규제사실을 원래부터 알고 투자했다면 분쟁가능성이 적을 수 있지만, 취득 이후 신규 규제를 받게 되면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간접수용은 아니지만, 수용으로 피해를 입어 ISD 제소의향서를 제출했던 경우도 있다.

2017년 9월 미국시민권자인 서 모씨는 재개발사업으로 자신의 집이 수용당하자 ISD 제소의향서를 한국정부에 접수했다. 서씨는 의향서에서 △재개발사업은 공익성이 낮고 △공시지가 기준 보상금이 시장가치보다 낮고 △절차적 정당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수용과정에서 불법적 행태가 일어나도 정부가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한미FTA에 따른 첫 ISD 사례로 여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서씨는 제소의향서를 내고도 제소를 하지 않았다. 정부나 관련기업이 서씨에게 관대한 보상을 해주고 이를 감추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 국민에 대한 차별행위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일중 교수는 "공용수용이든 간접수용이든 제소건수가 늘면 알려질 수밖에 없다"며 "적당한 합의로 발등의 불만 끄려는 미봉책을 쓰거나, 특히 우리나라 국민들을 역차별하는 결과를 낳게 되면 후속 반발과 혼란이 적잖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시급히, 그리고 전반적으로 보상없는 규제를 규정하고 있는 국내 법제들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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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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