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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실종'된 건물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

등록 : 2018-06-12 09:37:23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오스트리아 빈 공과대학은 11층의 대형건물이지만 플러스 에너지 건물이다. 단열설비에 LED전등, 고효율 PC를 사용하고, 컴퓨터 네트워크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조차도 난방에 활용한다. 지붕과 벽면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생산량(61kWh/m²)이 소비량(56kWh/m²)보다 많다. 남은 에너지는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독일 트리에 환경대학원은 세계 최초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대학이다. 2500여명이 생활하는 캠퍼스에 필요한 에너지를 태양광, 풍력, 지열, 바이오에너지를 통해 자립한다.

대학에서 에너지전환을 구현하는 것은 기술 적용을 넘어 인력양성과 산업으로 연결된다. 트리에 환경대학원은 전 세계 유수 도시를 대상으로 에너지자립도시 구현 연구를 맡고 있고, 빈 공과대학도 에너지효율 관련 기술과 연구실적을 자랑한다. 청년들이 대학에서부터 에너지전환의 가치와 비전, 기술을 익히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사업자 관리감독 손놓아

한편 서울대학교는 서울에서 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3년 연속 1위다. 2016년 에너지 소비량은 4만 7천TOE나 된다. 1TOE는 일반 가정에서 약 1년 2개월간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규모나 설비를 감안하면 에너지소비량이 많을 수밖에 없고 대학당국도 전력피크를 관리하고 고효율설비로 교체하는 등 노력은 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에너지소비량이 늘어나는 것은 불명예일 수밖에 없다.

해외 대학들이 연구와 기술혁신으로 에너지제로 캠퍼스를 향해 가는데, 국내 대학들은 에너지효율사업도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에서부터 수요관리와 에너지전환을 위한 혁신적인 방안을 찾아서 실천하고 사회에 제시하는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동시에 우리사회 전체가 왜 이토록 에너지수요관리에 둔감한지도 짚어봐야 한다. 이유는 정부정책이 가정부문 절약만을 강조했을 뿐 정작 에너지다소비사업자에 대한 수요관리는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국내 최종에너지소비량의 약 절반은 연간 2000TOE 이상 에너지를 사용하는 에너지다소비사업자가 차지한다. 최근 5년 간 서울지역 에너지다소비건물은 2012년 271개에서 2016년 335개로 늘었고, 같은 기간 에너지소비량은 약 16% 증가했다. 해마다 에너지다소비사업자 수도 늘고 에너지사용량도 증가한다. 관리권한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에 분산되어 있고, 사용량 신고는 의무화 돼 있으나 사용량 증가에 따른 관리기준이 없다. 에너지다소비사업자에 대한 관리 감독은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을 실행하는 서울시로서는 대형건물 관리가 골치거리 가운데 하나이다. 서울지역 에너지다소비건물은 335개로 서울시 전체 건물의 0.3%인데, 에너지 사용량은 13%나 차지한다. 지난 5년 동안 서울의 건물부문(가정·상업) 최종에너지소비량은 총 7%가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에너지다소비건물의 에너지사용량은 16%나 늘었다. 서울시는 에코 마일리지, LED교체, 미니태양광 보급 등을 통해 가정부문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있는데, 정작 대형 건물의 에너지사용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과태료 부과 등 강력한 에너지 절감책 시행해야

에너지다소비건물의 소비 절감을 위해서는 에너지 컨설팅을 비롯해 사업자가 감축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에너지 절감책을 시행해야 한다. 에너지총량관리는 산업부가 하지만 녹색건축에 관한 한 국토교통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토부는 2020년까지 공공건물을, 2025년에는 민간건물을 제로에너지빌딩으로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신축건물 외에 기존건물에 대해서도 그린 리모델링 예산을 대폭 확충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2020년부터 적용되는 파리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도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줄여야 한다. 2015년 기준 6억 9천만 톤을 배출했는데, 2030년까지 5억3천6백만톤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에너지절약이 곧 에너지 생산이다. 에너지전환시대의 기본 중 기본은 에너지수요관리와 효율화 정책이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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