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언급·문 대통령 검토·한미 국방장관 통화 … 북한 체면 세워주고 비핵화 여건 조성

남북·북미정상회담에서 확인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한미군사훈련이 중단될 전망이다.

6.12 북미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 훈련중단을 언급한 뒤, 14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신중한 검토"를 지시했다. 같은 날 밤 한미 국방장관은 전화통화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양국은 사실상 훈련중단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북미회담 과정에서 북한 비핵화 요구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로 언급돼 오던 것이 체제안전보장과 군사적 위협 해소다. 북한은 특히 미군의 최첨단 핵전략자산이 동원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의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는 대신 한미연합훈련을 함께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을 내세운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수용했고, 문 대통령도 힘을 실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남·북·미 정상이 뇌관 제거에 뜻을 같이 한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면을 세워준 측면이 크다. 김 위원장이 북미회담 성과로 북한 내부를 설득할 명분을 챙겼기 때문이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현실적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일단 진정시켰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미국 내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북한을 어떻게 믿고 덜컥 약속을 했느냐'는 시각부터 '한미동맹을 망치는 잘못된 선택'이라는 지적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북미회담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언급했다.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한미 정상 간에 조율된 것이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통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는 취지다. 트럼프 행정부도 비슷한 시각을 쏟아냈다. 국무부는 "훈련중단은 선의의 표시"라고 설명했고, 미 국방부는 "대통령 취지에 맞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실제 협상에 진지한지 가늠하는 차원에서 주요 훈련을 일시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연합훈련 중단은 한반도 비핵화 여건 조성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며 "가장 높은 단계는 국가차원 연합훈련 중단이고, 중간은 4대 전략자산 비전개, 가장 낮은 단계는 병력규모와 일정 축소인데 일단 8월 UFG(을지프리덤가디언)는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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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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