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보험사고에도 보험사별 보험금 지급기준 달라

블록체인 기반 공동심사시스템 도입하면 민원 줄듯

국내 개인보험시장에서 블록체인 기술 적용이 활성화되면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의 효율성과 편리성이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보험계약자 입장에서는 가입한 보험회사에 일일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 같은 보험사고에 대해 각 회사별로 상이한 지급기준을 적용받는 문제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보험연구원이 낸 '개인보험시장에서 블록체인 활용 가능성 검토' 보고서는 "개인보험시장에서 블록체인이 적용되면 보험금 청구 및 보험금지급 심사를 위한 보험회사 공동망 운영과 보험회사 및 보험계약자의 보험계약조회 시스템을 통해 효율성 및 신뢰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망, 재해(후유)장해, 실손의료보험과 암보험과 같은 정액형 건강보험 등 보장내용에 차이가 없는 표준화된 보험에 대해 보험회사들이 블록체인을 이용해 보험계약의 보험금지급 시스템을 공동으로 구축해 운영할 경우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간편하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A, B, C, D 4곳의 보험회사에 정액형 암보험에 가입한 계약자가 암 진단 후 암입원, 암수술 등을 받았을 때 현재는 보험금 청구 서류를 4부 준비해 보험회사에 각각 보험금을 청구해야 한다. 같은 보험사고에 대한 보험금 청구에도 회사별 지급심사기준에 미세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보험금을 감액지급하거나 지급 거절하는 회사도 있는 실정이다.

만약 보험회사들이 블록체인을 이용해 보험금지급 시스템을 공동으로 운영하면 이러한 계약자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보고서는 "한 보험회사에만 보험금을 지급청구하면 동일한 보장에 가입한 다른 보험회사에도 자동으로 보험금이 청구되도록 할 수 있다"며 "보험금 지급도 보험회사들이 공동으로 심사할 경우 회사별 지급심사 기준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민원이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도 계약관리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특정한 시기에 여러 보험회사에 동일한 보험을 중복 가입하는 경우 보험사기를 의심할 수 있으나 현재 보험계약 조회 시스템에서는 타사에 가입한 보험계약이 조회되기까지 약 2~3개월의 시차가 있어 보험사기 의심 계약을 조기에 차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고서는 "보험계약정보도 블록체인을 이용해 보험회사들이 공동으로 관리할 경우 보험가입 및 보험금 청구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보험회사들의 업무 효율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변조가 어려운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만큼 보험계약자들이 보험증권이나 보험약관을 분실한 오래된 계약을 조회할 경우 보장내용 및 기타 계약 조건 등의 정확성에 대한 신뢰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법률적 문제로 인해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P2P 보험이 블록체인의 적용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유럽에서 처음 도입된 P2P 보험은 보험중개사가 계약자들을 모집하고 보험을 운영하는 형태로 국내에서는 보험업법 위반의 여지가 있어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보험회사만이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적립금의 운영 및 보험금 지급심사' 등의 업무를 보험중개사가 수행한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P2P 보험 모델은 보험계약자가 모든 역할을 수행하고 보험계약자들이 스스로를 보장하는 상호부조 형태인 만큼 블록체인 기술이 P2P 보험의 국내시장 출현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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