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구 산림조합중앙회 상임감사

한국의 산림(634만ha)은 2014년 기준 총 126조원의 공익적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중 5%인 6조1000억원은 '대기질 개선' 효과로 얻어진다. 1ha(3000여평)의 숲은 연간 총 168kg에 달하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이산화황, 이산화질소, 오존 포함)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국민과 함께 키운 푸른 숲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돌려주고 있다는 증거이며 지속적인 산림관리 필요성이 강조되는 대목이다. 산림 대기질 개선효과와 함께 도시 숲과 가로수, 화단의 미세먼지 저감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립 산림과학원은 미세먼지가 심했던 지난해 봄 도시 숲이 도심의 부유먼지를 25.6%, 미세먼지를 40.9%까지 저감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어놓았다. 외국의 연구 결과 역시 주목 할 만하다. 자작나무 가로수 주변 주택에서는 가로수가 없는 경우에 비해 미세먼지가 50% 감소했다는 실증연구도 있으며 도로 양쪽 건물 외벽과 옥상까지 녹지대를 조성할 경우 이산화질소를 40%, 미세먼지는 60%까지 감소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들이다.

목재 부산물을 활용 가로수의 기능 강화

이렇게 숲과 도심 가로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내어주고 있다. 그러나 먼 숲에서 이주해온 가로수가 도심에서 성장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독일 숲 전문가인 피터 볼레번(Peter Wohlleben)은 도심 가로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숲의 '에티켓'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도시의 나무는 빛을 아껴 쓰며 단단하게, 이웃 나무와 더불어 자라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 흥청망청 웃자란 나무는 여기저기 뿌리를 뻗을 틈이 없나 쑤셔 보지만 차도에 막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고 각종 관이 묻힌 단단하게 다져진 땅에 도무지 뿌리를 내릴 수 없다." 가로수가 도시에서 살아가기에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은 부분에서부터 개선을 시도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우리 도심 가로수는 쇠창살이나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보호덮개를 사용하고 있다. 보호 덮개는 흙의 굳음을 방지하고 수분흡수, 공기 순환 등을 원활하게 한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오히려 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가로수의 생육을 방해하는 사례가 있다.

이곳에 산림에서 발생하는 목재부산물을 활용한 목재 칩과 목재펠릿을 멀칭(덮어씌우기)에 이용하게 되면 어떨까? 대부분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목재부산물을 도심 가로수의 보호덮개로 활용한다면 생각보다 가로수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목재칩은 가로수 수분유지 기능은 물론 잡초 방지에도 탁월하며 유익한 토양 박테리아와 지력증진 등 유익한 기능이 많다. 또한 땅 굳음을 방지하여 빗물이 토양 속으로 흡수(떼알구조)를 돕는다. 가로수뿐만 아니라 도심내 자투리 공원이나 빈 공터에도 같은 방식으로 목재 칩을 덮어둔다면 건강한 공터가 될 것이며 향후 꽃과 나무를 심었을 때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예산 절감효과는 덤이 될 것이다.

순천만 국가정원 목재부산물 이용 정원 수준높게 가꿔

전남 순천의 순천만 국가정원에서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숲 가꾸기 부산물과 목재 부산물을 활용하여 정원을 수준 높게 가꾸고 있다. 멀칭재를 비롯한 경계 울타리, 수변말목, 나무계단 등 다양한 경관연출에 사용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예산으로 순천만 국가정원의 품격과 친환경적인 시설로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국립공원을 비롯한 산림 체험시설의 탐방로 역시 목재칩을 사용하여 탐방객의 피로회복은 물론 친환경시설로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뉴질랜드도 가로수에 목재칩을 멀칭하여 생육과 부드러운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우리 생활 가까운 부분부터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어야 한다. 그리고 도심 가로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산림, 숲과 나무가 내어주는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불필요한 것을 내어주지 않는다. 목재 부산물 역시 폐기물이 아닌 소중한 자원이다. 도심 가로수가 더욱 건강하게 자라는데 숲의 자원이 함께 하길 기대한다.

김병구 산림조합중앙회 상임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