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에서 7.9조원 자금유출 예상

중국A주 편입 때보다 큰 충격 '우려'

사우디아라비아가 글로벌 지수제공업체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됐다. MSCI는 아르헨티나도 신흥시장지수에 재분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증시에서 패시브 자금 유출 규모는 약 8조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의 실제 편입은 내년에 진행되지만, 중국A주 편입의 신흥국 지수 편입 때보다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21일 SK증권에 따르면 MSCI 시장 재분류 발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가 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내년 5월과 8월 두 번에 걸쳐 편입이 진행될 예정이다. 편입 비중은 2.6%로 기존 공시 2.3%에서 0.3%p 증가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중동 최대 규모인 자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접근성을 개선한 것이 이번 지수 편입에 주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2015년 6월에 외국인에 주식시장을 개방한 바 있다. 사우디 증시는 특히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이르면 올해 안에 상장될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지수 편입으로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관련 국가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헨티나는 2019년 5월에 지수에 편입되며, 편입 비중은 0.5%다. FT는 아르헨티나는 '프런티어 시장' 지위에서 상향된 것으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개혁 노력이 긍정적으로 평가된 것으로 분석했다. 아르헨티나는 2009년 신흥시장 지위에서 프런티어 시장 지위로 하향된 후 8년 만에 신흥시장 지위를 회복했다. 다만 MSCI는 최근 아르헨티나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인해 MSCI 에 편입되는 종목은 해외 상장 주식에 국한될 것이며 정부가 만약 자본통제 등을 부과할 경우 이번 결정이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신흥국지수 추종 자금이 1조5000억달러로 가정할 경우 사우디의 신흥국 지수 편입으로 인한 한국 증시 자금 유출 규모는 6.6조원, 아르헨티나 편입에 따른 자금 유출금액은 1.3조원으로 추정된다"며 "이들 두 나라가 MSCI 신흥국 지수 편입이 완료될 경우 한국에서 빠져나갈 자금규모는 총 7.9조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 MSCI는 내년 시장 재분류 때 쿠웨이트에 대해 신흥국 지수 편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내년 6월에 편입 여부가 결정되는데 편입시 비중은 0.3%로 한국 증시에서 8000억원 규모의 자금 유출이 추정된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사우디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이탈 영향은 올해 중국 A주 편입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조 연구원은 "중국 A주 5% 편입시 신흥국 지수 내 차지하는 비중이 0.73%, 한국 비중축소 규모는 고작 0.12%p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사우디 편입에 따른 패시브 자금 이탈 영향은 올해 중국 A주 편입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중국 A주의 확대 편입 및 중형주 편입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과 아르헨티나 역시 최근 금융구제 신청으로 ADR 중심으로 편입 종목이 제한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게 됐다"면서도 "한국은 올해 시장 재분류에서도 여전히 선진국 지수 리뷰 리스트에 등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MSCI 패시브 이벤트에 따른 한국물 비중 축소는 점진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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