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와 고객의 이익보다

경영진 '거수기·방호막'

은행 설립후 처음으로 채용비리 등으로 은행장이 구속돼 총체적인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이 경영진은 물론 사외이사에 대한 사퇴 여론에 직면했다. 특히 사외이사에 대한 책임론이 크다. 지난해부터 터진 성추행과 비자금 조성사건, 채용비리 등으로 최고경영진 리스크가 우려됐으나 지주회장이 구속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괄 사퇴 등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은행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DG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조해녕(75)전 대구시장, 하종화(63)전 대구국세청장, 전경태(71)계명대 명예교수, 이담(58)대구변호사회 회장, 서인덕(72)영남대 명예교수 등 5명이다. 조 전 시장과 하 전 청장은 3월 지주사 주총에서 재선임됐다. 이들은 주주 위임을 받아 참석한 시민단체로부터 재선임 과정에서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들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박 전 회장과 학연(대구상고, 영남대)과 지연(경북 경산시)등으로 연결돼 있다. 특히 조 전 시장은 대구은행과 수십년째 시금고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대구시의 관선과 민선시장 출신으로 대구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사외이사 적격성 논란도 일고 있다.

이들 사외이사들은 주주와 고객의 이익보다는 경영진의 거수기와 방호막에 충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구은행 사외이사도 사퇴압박에 몰리고 있다. 사외이사들 중 일부는 자신의 자녀를 대구은행에 입행시켜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됐다.

임추위가 지난달 18일 추천한 김경룡 은행장 내정자는 검찰 조사로 취임조차 못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달 25일 은행장 승인 주총을 열려다 내부반발로 한 차례 연기한 후, 다시 무기한 연기했다.

대구은행 노동조합은 "은행 안팎의 우려가 분명히 전달됐는데도 은행장 선임절차를 강행한 사외이사들은 조직위기를 초래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경북미래금융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경산시 금고를 유치하는 대가로 경산시 금고 담당 과장 아들의 대구은행 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대구경실련은 최근 "박인규 전 회장 체제에서 비리를 방조하며 체제유지에 기여했던 사외이사들은 법적책임 유무를 떠나 사퇴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최세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