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길 한국관광공사 관광산업본부장

지난 해 중국발 사드 이슈로 불거진 중국관광객 방한여행 금지조치로 초유의 어려움을 겪은 관광업계에서는 이를 한국관광의 체질 개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즉 한국관광이 덩치만 키웠을 뿐 내실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우려가 담긴 목소리였다.

한국관광은 몇 년간 보여준 양적 성장에 비해 한국의 '관광경쟁력 지수'내 관광인프라 품질평가가 주변 경쟁국에 비해 열악해, 이것이 질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관광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관광산업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인식 제고와 품질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된 것이다.

너무 많은 인증제와 인증 브랜드, 신뢰성 확보에 애로

현재 국내에서는 각 지역을 홍보하고, 지역 상권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인증제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인증제와 인증브랜드가 난립하다보니 관광객의 머릿속에 남는 인증제는 일부에 국한돼 그 순기능을 최대화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인증업소에 대한 사후관리가 중요하지만, 다양한 운영주체만큼 인증 기준이나 방법도 천차만별이라서 인증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애로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미 2000년대를 전후하여 관광시장 확대와 신뢰 구축을 목적으로 숙박, 쇼핑, 음식 등 관광분야 접점을 통합 관리하는 품질인증 제도가 운영돼 오고 있다. 2000년부터 시작된 홍콩의 QTS라든지, 2001년 시작된 뉴질랜드의 퀄마크(Qualmark) 등과 같은 대표적인 관광품질 인증제도를 살펴보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숙박, 쇼핑, 음식, 여행상품 등 다양한 관광 접점에 대해 서비스의 표준을 제시하고,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철저한 사후관리로 그 나라의 관광산업을 대표하는 품질인증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런 사례에서 도출된 국내 관광부문 인증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관광서비스 품질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국관광 품질인증제' 도입이 오랜 동안 논의되었다.

지난 6월14일자로 '한국관광 품질인증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관광진흥법이 개정 시행이 되면서, 한국에서도 이제 품질인증제가 본격 시작됐다. 홍콩이나 뉴질랜드처럼 이 제도가 한국관광을 대표하는 신뢰받는 인증제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인증이라는 결과 자체보다는 인증을 받기 위한 사전단계와 인증후의 사후관리, 홍보, 지원체계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즉 인증 이전 사전단계에서는 사업자에게 관광객을 대상으로 제공해야 할 서비스 표준을 제시하고 자율점검의 기회를 제공하고, 인증평가 과정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평가단에 의해 체계적이고 신뢰성 높은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인증 이후 ‘사후관리’ 중요

인증 이후에는 품질수준의 유지와 개선을 위한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소비자만족도 조사, 소방·안전 및 위생 전문기관을 활용한 관리역량 지원, 개별업소의 운영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업소별 품질 분석·컨설팅을 바탕으로 인증업소가 품질을 유지·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인증제도를 통해 품질관리의 엄격함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인증업소 대상 홍보 지원 및 인센티브 제공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정부, 제도에 참여하는 관광업계, 제도운영 및 사후관리의 방향성을 지원하는 학계, 그리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모두가 제도의 운영취지를 공감하고, 시행에 적극 참여하는 제도가 되어야만 관광객에게 신뢰받는 제도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결국 '한국관광 품질인증'의 서비스 표준을 근간으로 품질관리의 체계성을 갖추고, 국내 관광 유관분야의 개별적인 인증제들이 꾸준히 통합 관리되는 과정을 통해 관광산업 전체에 서비스 품질 향상과 경쟁력 제고라는 순기능을 이끌어 낼 것이라 기대해 본다.

강성길 한국관광공사 관광산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