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등 5개 법안 장기 방치 … '후속작업 의무화'한 국회법 '무력화'

우리 헌법이 만들어진 지 70년이 됐지만 위헌결정된 법안을 그대로 방치하는 등 국회가 헌법을 무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국회 법제실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로 결정됐으나 개정되지 않아 19대 국회에서 20대 국회로 넘어온 법률 조항은 모두 27건에 달했다. 법률만 따지면 21개였다. 이중 20대 국회 들어서도 개정하지 않은 게 무려 4개 법률안, 6개 조항이다.

위헌결정됐지만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것은 국가보안법 2개 조항, 정당법 2개 조항으로 2개 법률 4개 조항이다.

헌법불합치로 헌재가 빠른 개정을 주문하고 개정시한까지 못 박았는데도 국회가 '위헌상태'로 놔둔 것은 2개 법률, 2개 조항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국가보안법 약사법 등엔 별도의 개정안도 내놓지 않았다. 2016년 말에 국회법을 개정해 국회 스스로 '위헌법률에 대한 후속작업 의무화' 조항을 신설했으나 강제력이 없어 무력화되는 분위기다.

가장 오랫동안 위헌상태로 남아 있는 법조항은 국가보안법 19조(구속기간의 연장)다. 이 조항에서는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불고지죄에 대한 구속연장 기간을 형사소송법상의 피의자 구속기간 30일보다 20일 많은 50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인정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는 1992년 4월에 "헌법 제37조 2항의 기본권 제한입법의 원리인 과잉금지 원칙을 현저하게 위배해 피의자의 신체적 자유, 무죄추정 원칙 및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02년에도 헌재는 국가보안법 13조(특수가중)와 관련해 "반국가적 범죄를 반복해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범한 죄가 비교적 경미한 범죄라도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형벌체계상의 균형성을 현저하게 상실해 정당성을 잃은 것"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내란·외환의 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거나 집행 종료 또는 집행유예가 확정된 이후 5년이 지나지 않았을 때 반국가행위와 관련한 문서 등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판매 또는 취득한 경우에 사형에 처할 수 있게 했다.

국가보안법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왔는데도 국회는 개정안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이 조항을 손대면 국가보안법 전반에 대한 개폐문제와 연결돼 있어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는 핑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진보진영의 경우, 이 조항을 만졌을 때의 색깔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개정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남북화해 무드와 인권단체들의 강한 요구 등으로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죄) 폐지 등이 국회 내에서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약사법, 위헌 판결에도 16년 동안 적용"으로 이어짐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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