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8.7건 발의하며 처리는 5건 불과

추세대로라면 4년간 2만건 폐기 유력

20대 국회 들어 하루 평균 19건에 이르는 법안을 발의하고 있지만 처리는 하루 평균 5건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대 국회와 비교하면 20년간 30배 가까운 발의율이다. 반면 폐기될 법안 비율은 100배 가까이 늘었다.

국회 의안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해 보면 16일 현재 처리된 법안에 비해 3배 가까운 법안이 검토한번 제대로 안된 채 방치돼 있다.

국회의 처리역량을 넘어선 법안은 매일 13.7건씩 쌓이고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20대 국회 말미까지 미처리 법안만 2만건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15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쌓여 폐기된 전체법안 숫자와 맞먹는 수치다. 상임위 회의 한번 못해보거나 의원들간 의견차이를 해결하지 못해 자동폐기 될 운명이라는 이야기다. 발의에만 열중이고 처리는 않는 입법활동이라는 비판이 비등한 이유다.


◆왜 폭발적으로 늘어나나 = 국회의원들의 최우선 임무가 입법활동이라는 점에서 법안이 늘어나는 것을 문제삼을 순 없다. 하지만 무작정 숫자만 늘리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입법활동인지에 대해서는 양비론이 존재한다.

의원입법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발의를 간편하게 한 것과 무관치 않다. 2003년 20명에서 10명으로 공동발의자 수를 줄이면서부터다. 교섭단체 기준을 맞추던 것이 절반으로 확 줄면서 발의가 쉬워졌다.

복잡하고 긴 정부입법을 피하기 위해 각 정부부처가 의원을 통해 대신 발의하게 하는 청부입법도 한 몫 한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부처가 다 만들어주는데다 정부반대라는 큰 산을 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구미가 당긴다. 15대 국회와 비교해 의원입법이 30배 가량 늘어난데 비해 정부입법은 별반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이 그 반증이다.

통과가 되지 않을 줄 알면서도 발의하는 실적용 발의도 상당하다고 알려졌다. 기업체의 이해를 반영한 로비입법에 지역민들에게는 보여주기식 입법 등이 겹친다.

끼어들기 법안도 한 몫 한다. 상대 의원이 이미 제출한 법안과 거의 같은 수정 법안을 뒤늦게 내면서 대안반영을 노리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이야기다. 전체수정 보다는 문구 몇 줄 바꾸는 법안이 자리를 잡았다.

국회의장과 부의장 선출투표 열린 본회의장 |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과 2명의 국회부의장 등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는 본회의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처리법안은 문제없나 = 20대 국회 전반기 동안 처리된 법안은 3751건에 이른다. 4건 중 1건은 처리가 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다.

처리법안 3000여건 중 2000여건이 대안반영된 법안이다. 대표발의자만 다르지 실상은 같은 내용의 법안들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지난 5월 말 처리된 최저임금법만 해도 6건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부대비용을 포함시키는 같은 내용이다. 지난 2월 말 처리된 근로기준법에는 20명의 의원들이 대표발의자로 참여했다.

발의는 했지만 폐기된 법안도 100여건이 넘는다. 발의했다 다시 거둬들이는 법안도 120건에 이른다. 이해상충 문제가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있지만 로비에 따른 폐기나 철회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안은 없나= 처리된 법안이 3751건이라는 말은 의원 1명당 표결해야 할 법안이 3751건이라는 이야기다. 때문에 본회의 표결은 대부분 거수기로 참여한다는 지적도 비등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법안 전체를 의원들이 처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임위 활동이 중요한 이유다. 특히 법안심사소위 역할은 더욱 커진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그리고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만 미처리 법안 없이 접수 법안을 100% 처리했을 뿐 나머지 위원회의 법안처리율은 매우 낮다. 숫자가 늘어나면 처리용량을 넘어설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행안위, 복지위, 환노위, 국토위, 교문위, 기재위 등은 접수된 법안만 1000여건이 넘는다. 당연히 미처리율도 높을 수밖에 없다.

일정기간을 둬 공동발의하게 하는 방법이나 의원입법절차를 보다 세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전문위원 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도 방편이 될 수 있다. 국회 한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 소관부처 의견 명시나 부처와 의견이 다를 경우 논증과정을 거쳐서 가부의견 등 결론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면 심사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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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부실한 법안 걸러줄 장치 필요 … 전문위원 역할 강화를"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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