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생활에 큰 영향미쳐 의원입법 심사 더 충실하게"

'헤이딜러'는 온라인으로 중고차 경매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고객들이 헤이딜러에 중고차를 등록하면 딜러들이 경쟁해 매입하는 방식이다. 모바일을 통해 간편하게 중고차를 판매할 수 있어 젊은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대학교 창업동아리 출신 학생들이 설립한 이 회사는 2014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난달 말까지 누적거래액이 5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시장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헤이딜러는 사업초기 예상치 못한 일로 폐업의 위기를 겪어야 했다. 관련 법 개정으로 규제대상이 되면서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해졌던 것. 문제의 법은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었다. 개정안에는 온라인 중고차 경매업체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3300㎡ 이상 주차장과 200㎡ 이상 경매실을 갖추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불법업체로 규정해 '3년 이하 징역·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처벌조항까지 마련됐다. 신생 온라인 업체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었고, 이 회사는 사실상 서비스를 종료해야했다. 다행히 늦게나마 제도보완이 이뤄지면서 헤이딜러는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

당시 김 의원은 "소비자 피해 방지에 중점을 뒀다"고 해명했지만 온라인 서비스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법 개정으로 전도유망한 기업의 앞길을 막았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헤이딜러는 국회에서 만드는 법 하나가 개인이나 기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법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국민들이 큰 불편을 느낄 수도, 경우에 따라서는 생사의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국회가 처리하는 법안의 품질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2015년말 개정된 '전기용품안전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도 졸속입법의 사례로 꼽힌다. 당시 정부는 '전기용품안전 관리법'과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시행하면서 전기용품은 물론 생활용품에 대해서도 KC인증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마련했고, 국회는 이를 별다른 이견 없이 통과시켰다. 뒤늦게 생활용품을 제조·수입·판매하는 영세소상공인들의 비용부담 문제가 제기되자 법 시행은 1년간 미뤄졌고 지난해말 보완입법이 이뤄졌다.

의원 발의 법안이든 정부 제출 법안이든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특히 의원입법에 대한 우려가 크다. 최근 의원 발의 법안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입법절차가 정부입법보다 단순해 상대적으로 졸속심사 가능성이 큰 이유 때문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정부입법과 비교해 의원입법 절차가 간단하다보니 부실 심사 우려가 더 크다"며 "법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충실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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