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마련·부지선정 쉽지 않아

인천·대구 등 단체장들 부담감

청사 이전을 추진 중인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지은 지 수십년 된 현 청사가 낡은데다 인구증가에 따른 업무공간이 더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들 중 상당수 지자체가 민선 4~6기 때 이전을 검토했지만 호화청사·예산낭비 논란에 휩싸여 주춤했다가 민선 7기 출범을 계기로 청사이전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하지만 청사 이전에 수백억원의 예산이 드는데다 이전 부지를 놓고도 지역 간 갈등이 빚어지는 등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시는 민선 6기 청사이전 논의를 시작, 진통 끝에 현 청사 운동장 북쪽에 956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17층, 연면적 4만6000㎡ 규모로 신청사를 지을 계획이다. 신청사가 완공되면 기존의 시청 사무실은 물론 사무공간이 부족해 송도국제도시 미추홀타워 등에 분산된 시의 각 부서 사무실이 모두 입주한다. 현 청사는 시민 문화복지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 인천시청이 1985년에 지어져 낡은데다 인구증가로 행정수요가 급증하면서 신청사 건립이 시급하다는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인천시는 오는 2021년 준공을 목표로 청사 건립계획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중앙투자심사에서 재검토 결정이 내려지면서 암초에 부닥쳤다. 현 청사의 노후도와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재원조달 방안도 불확실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 때문에 박남춘 신임 인천시장이 청사 신축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시도 신청사 건립을 추진 중이다. 재선에 성공한 권영진 대구시장은 새 임기 전반기에 신청사 부지를 확정하고 부지매입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권 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2030대구비전위원회'에 대구시청 신청사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빠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내년 말까지 신청사 부지를 확정하겠다고 했다. 공론화위원회에서 경북도청 이전 터가 신청사 입지로 결정될 경우, 대구시 자체 재정으로 매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정부가 경북도청 이전 터를 매입하는 조건으로 대구시에 청사 이전포기를 요구한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경북도청 이전 터 매입예산 국비 211억원을 수시배정예산으로 묶어둔 상태다.

대구시는 대구시 본청(1993년 6월 건립)과 시의회청사(1956년 5월 건립)가 노후하고 사무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청사를 건립하기로 하고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약 200억원씩 적립, 올해 말이면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1308억원을 마련하게 된다. 시는 약 2500억원으로 추산되는 신청사 건립사업비의 부족분은 향후 3~4년 걸릴 공사기간에 매년 200~300억원씩 추가로 적립하고 지방재정공제회 등에서 500억원을 빌려 조달할 방침이다.

청사이전 문제로 고민하는 기초지자체들도 적지 않다. 경기 고양시는 청사이전 문제로 10년 넘게 갑론을박을 거듭해왔다. 1983년 고양군 시절 건립된 현 청사는 수차례 리모델링을 했지만 도시가 팽창해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선 현재 업무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이재준 시장은 예비후보 신분이던 올해 3월 현 청사 주변에 새 청사를 짓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청사신축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고양시는 2003년에도 신청사를 추진하는 용역을 발주한 적이 있지만, 용역은 6개월만에 중단됐다. 청사 후보지 주민들 간 갈등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현 청사가 있는 원당지역을 떠나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지만, 구도심인 청사 주변 주민들은 청사가 떠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 여주시도 민선 6기 때 청사 이전을 추진했지만 민선 7기 이항진 여주시장은 현 위치에 새 청사를 짓기로 했다. 이항진 시장은 취임식에서 "시청사를 옮기는 대신 현 위치에 새롭게 만들고 청사 이전에 드는 비용(부지매입비 등)은 교육환경 개선과 전통시장 활성화 등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동구도 신청사 건립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동구는 2000년 청사신축기금 마련을 위한 조례를 만들었지만 2014년 폐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3년 만에 다시 조례가 발의되면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쉽지 않은 결정은 고스란히 새로 취임한 허인환 구청장 몫이 됐다.

충남에서도 서천군과 홍성군이 청사 이전 및 신축을 추진 중이다. 서천군은 한 때 이전 후보지를 놓고 갈등을 빚었지만 지난 5월 충남도가 '군사(신청사)지구 도시개발구역지정 및 개발계획'을 고시하면서 청사이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홍성군은 2016년 '청사입지 선정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지금은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지방선거가 끝난 만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신일 곽태영 최세호 윤여운 기자 ddhn21@naeil.com

김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