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카드 수수료, 임대료 등 근본 대책 시급 … '을들의 갈등' 비화 우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되자 사업주는 몰론 노동자들도 반발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다 죽는다'며 불복종 운동에 도입할 태세고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환영한다'면서도 자칫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까 불안해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영세 사업주와 아르바이트 노동자 사이의 이른바 '을들의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와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브리핑하는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 |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류장수 위원장(왼쪽)과 강성태 위원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불복종 운동 구체화 되나 =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가장 크다. 이들은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맞서 일찌감치 불복종 운동을 선언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4일 최저임금이 결정되자 성명을 내고 "정당성을 상실한 일방적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내년 최저임금과 관계없이 소상공인 사업장의 사용주와 근로자 간 자율협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연합회는 17일 긴급이사회, 24일 총회를 거쳐 동맹휴업과 집회 등 불복종 운동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연합회는 특히 업종별로 인건비 상승에 따른 제품·서비스 가격 인상도 논의한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도 16일 확대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에 대한 대응 방향을 결정한다. 이들은 월 1회 공동휴업, 내년 1월 1일부터 심야할증·카드 결제 거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하루 휴업이 부담스러운 생계형 소상공인들이 많아 집단행동 참여율은 미지수다. 하지만 경제적 약자로 꼽히는 소상공인들의 반발이라 문재인정부가 느끼는 부담은 참여율에 관계없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른 사용자 단체도 반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미 영세기업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존폐 위기에 놓여있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최저임금을 추가 인상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열악한 업종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더 빼앗고 양극화를 심화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사용자들을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기업의 지급능력을 고려한 사업 종류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부결되고, 두 자릿수의 최저임금 인상이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됨으로써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한계상황으로 내몰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자인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일단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환영하지만 일자리 걱정 =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심 모(29·여)씨는 "아르바이트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당연하고 반가운 결정"이라며 "아르바이트생도 노동자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자칫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편의점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대학생 장 모(26)씨는 "그렇잖아도 사장님이 '너는 좋겠다'며 한숨을 쉬더라. 혹시 알바를 안 쓰시게 되는 건 아닐까 싶어 불안했다"면서 "알바 자리야 다시 구하면 되겠지만 사장님이 알바 입장을 너무 생각 안 하시는 것 같아 서운했다"고 털어놨다.

노동계 전체적으로는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5월 국회에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최저임금 산입 범위확대 결정을 내리고 이에 따른 임금 감소분을 내년도 최저임금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실제 임금인상분은 박근혜정부 시절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추가되는 등 산입범위 확대를 고려하면 인상률은 2~3% 수준에 그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공약이 폐기된 것"이라면서 "외형상 두 자릿수 인상이지만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 인상 효과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입장문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에게 희망적 결과를 안겨주지 못한 것에 대해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하반기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논평에서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을 달성하려면 2019년 적용 최저임금은 8670원가량이 돼야 했는데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근본대책 없어 = 이런 가운데 소상공인, 특히 자영업자의 경영난은 높은 가맹점 수수료, 카드 수수료, 건물 임대료와 과도한 경쟁 등 구조적인 원인이 더 큰데도 사용자 단체들이 최저임금 인상 문제로만 몰아가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혼란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이제야 카드 수수료, 상가 임대료 인하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정부 뒷북 행정에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종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 모(49)씨는 "도심이든 주택가든 몇 m마다 각기 다른 브랜드 편의점을 볼 수 있지 않느냐"면서 "편의점 매출은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본사에서 30%가량 때가는데다가 건물 임대료는 매년 오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 아들은 식당에서 최저임금 받으면서 알바 하는데 아들을 보니까 올해 오른 최저임금으로도 혼자 살기는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면서 "점포를 잔뜩 늘린 본사가 때가는 비율을 낮추든가, 경쟁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도 성명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며 노동자와 영세사업자 간 반목 조장만 할 게 아니라 프랜차이즈 업체와 가맹점주 간 불공정 거래 구조를 개선하고 영세 상인이 겪는 임대료·카드수수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세풍 한남진 기자 · 연합뉴스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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