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희 관악구청장

대학의 존재가 단순히 지식전달이 아닌 미래지향적·사회적 공동체의 구심점을 향해 가고 있다. 연구·교육 중심의 대학에서 지역·산업과 연계한 클러스터를 이루는 대학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수 인재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발전뿐 아니라 주민과의 공동체 형성을 도모해 볼 필요가 있다. 우수한 인재가 모인 대학에 기업이 몰리고 이는 도시의 경제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선진국들이 보여 주고 있다.

실리콘밸리 성공, 우수한 교육기관과 인재 덕분

제프리 페퍼 미국 스탠포드대학 석좌교수는 저서 ‘사람이 경쟁력이다’에서 실리콘밸리의 성공은 저비용에 기인한 게 아니고 가장 좋은 교육기관과 이곳에 몰려든 인재 덕분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MIT’로 불리는 아헨공대가 있다. 아헨시(市)는 새 기차역을 지으면서 옛 역사를 대학에 제공하는 ‘대학 중심 도시재건 정책’을 통해 도시와 대학의 상생을 가장 이상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대학의 기술과 젊은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벤처기업들이 몰려오면서 창업생태계를 만든 것이다. 대학을 중심에 둔 정책으로 지역경제를 살린 것이다. 도시는 대학의 힘을 믿었고, 대학은 혁신적 아이디어로 도시의 생태계를 바꿔 놓은 것이다.

대학은 지역경제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한 축이자, 산업이다. 지자체는 대학을 주요 산업으로 받아들이고 지역경제에 더욱 기여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 최고 지성들이 모인 대표적인 상아탑을 품은 서울 관악구를 돌아보자.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원동력을 서울대학교와의 관계 속에서 찾는 것이 자연스럽고 효과적일 것이다. 서울대의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과 동력을 공공재원과 결합하여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지속 가능한 기반을 마련하고 청년활동의 거점을 조성해 도시의 활력을 증진시켜야 한다.

서울대학교가 대학로에서 관악구로 옮긴지 40여년이 지났지만 우수한 자원을 지역과 연계하여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학생들이 졸업한 뒤 지역에서 취업 주거 등 삶의 터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지역에 기여하는 일이 드물다는 것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혁신과 상생의 지역경제 도약을 위해서는 우수 인력이 모일 수 있는 연구·창업단지 조성이 절실하다. 관악구는 산업기반이 약하고 기업유인 요소가 턱없이 부족하다. 지역 내 벤처기업 수는 서울시 전체의 1.4%로 자치구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민선 7기 관악구는 서울대학교 후문 낙성대 일대를 연구개발 중심 벤처밸리로 조성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전담반을 구성하고 중·장기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낙성대와 서울대 인근 공원 대체부지 활용방안을 검토하고 용도지역 상향조정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도 병행할 구상이다. 학생들이 졸업 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머물면서 일하고 창업하는 환경을 열어줄 것이다. 훌륭한 인재를 키워내는 ‘대학’, 준비된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 인프라구축과 세제혜택을 지원하는 산·학·관 협력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청년 창업의 장을 도모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대학 중심 창업생태계, 혁신기술 일자리로 돌아와

또한 대학캠퍼스타운을 조성해 서울대의 수준 높은 인프라를 바탕으로 청년 창업 클러스터 공간을 마련하고 대학 주변의 빈 곳을 소규모 창의·주거 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서울대와 협의, 서울시 공모사업에 선정되면 2020년부터 종합 실행계획이 본격 궤도에 오를 것이다. 지역 상인과 청년 기업인이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도 구상 중이다.

지역은 대학을 중심으로 창업생태계를 키우고, 대학은 혁신기술 개발로 지역에 일자리를 선물해줄 수 있다. 일자리가 있어야 지역경제가 살고, 대학이 커야 지역이 활력을 되찾지 않겠는가. 이제 대학은 교육의 혁신과 함께 외적으로는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는 지역경제 혁신의 중심인 것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