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철 초당대 교수

유럽과 미국에서 폭염과 가뭄으로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산불이 거의 없던 유럽 북서부도 올여름 산불피해가 늘고 있다. 영국에서는 최근 10년 평균의 4배인 1만4천ha, 스웨덴은 41배에 달하는 1만9천ha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고, 그리스에서는 93명 사망, 주택 2천여 채 소실 등 1900년 이후 유럽 최악의 산불로 기록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그리스에서 산불피해가 컸던 원인은 강풍으로 진화항공기의 이륙이 불가했던 것도 있지만, 국가 긴축재정으로 인해 산불 진화자원 운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산불 위험에 대비한 건축물과 도로의 안전배치가 부족했던 데 있다. 산불 확산 예측, 신속한 상황전파와 주민대피체계가 미흡했던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등에서 매년 여름 고온건조 기후로 대형산불이 되풀이되고 있다. 7월 말까지 3만7천여 건의 산불이 발생해 피해면적이 예년대비 20% 증가한 약 180만ha에 이른다. 대형산불은 81건이 발생했고 이중 12건은 진행 중이다. 현재 국가산불 대비수준은 최고 단계인 5단계가 발령됐다.

고온건조한 탓 산불위험 더 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여름철 산불에 안전할까? 우리나라 대형산불(피해면적 100ha 이상)은 모두 고온건조하고 바람이 센 봄철 3~4월로 기록됐으나, 지난해에는 강릉과 삼척에서 5월에, 올해는 삼척에서 2월에 최초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2월 삼척산불은 작년의 극심한 가뭄이 가을부터 봄까지 이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7월 말까지 일어난 산불은 393건으로 피해면적은 811ha에 달한다. 같은 기간 10년 평균 356건, 면적 571ha와 비교해 건수는 10% 늘고, 면적은 42% 증가했다.

특히, 올여름 장마가 일찍 끝나고 폭염이 지속되면서 산불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7월에만 15건으로 이는 지난해 3건, 평균 2건과 비교해 볼 때 크게 증가한 수치다. 원인은 대부분 입산자에 의한 실화며 담뱃불, 예초기 과열, 농산부산물 소각 등 다양한 원인으로도 발생했다. 지역은 경북이 4건으로 가장 많으나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고르게 발생해 연일 전국적인 폭염과 무관하지 않았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예측·분석센터는 7월 산불이 증가한 원인으로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강우량과 고온건조한 날씨로 지피물이 말라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 형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으며, 8월에도 폭염으로 산불발생 위험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름철 산불 대응의 문제는 현재 산불감시·진화자원이 봄철 산불조심기간에 집중돼 신속한 발견과 진화가 어렵고, 나뭇잎이 무성해 헬기진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7월 발생한 15건의 산불에 산림청 헬기 27대가 동원되고 인력 1,200여명이 투입됐다. 우리에게 여름철 산불은 아직 심각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 2월과 5월에 최초로 대형산불이 발생했던 것처럼 7, 8월에 대형산불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연중화·대형화 추세인 우리나라 산불재난에 대해 예방·대비·대응·복구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여름철 산불도 경계대상

현재 5~6개월 운영되는 산불조심기간을 연장하고, 연중 대응 가능한 감시·진화인력을 늘리는 동시에 헬기, 진화차 등 진화자원을 확충해야 한다. 올해 산림청에서 300명 규모로 운영 중인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연중 활용성이 입증된 만큼, 진화골든타임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 확대와 지자체의 배치도 필요하다. 대형산불에 항시 취약한 동해안지역에 지자체와 산림청 등 국가기관이 협업하는 동해안산불방지센터가 올가을부터 운영되는 것은 다소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산불예방을 위해 중요한 것은 국민의 산불에 대한 경각심 제고와 예방활동 동참이다. 산림 내에서 흡연, 취사, 소각은 불법이다. 알프스산의 지정 숙박시설 이외 모든 구역에서 야영·취사가 절대 금지인 점은 교훈적이다. 산불조심은 봄·가을 해당사항이 아닌 사계절 지켜야할 시민사회 규범으로 인식해야 한다. 깨끗하고 쾌적한 지구환경을 지키는 방법, 산불예방을 통한 산림보호에 답이 있다.

문현철 초당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