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2차 정상회담 가능" … "비핵화 조치때까지 제재완화 없다" 기싸움도

미국은 북한에 보낸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통해 후속협상을 제의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2차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에 필요한 조치를 아직 취하지 않고 있어 제재완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기존의 강경 기조도 그대로 유지했다. 한반도 종전선언이 우선이냐 북한 핵시설 신고리스트 제출이 우선이냐를 두고 북한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최고위급간 대화로 담판을 지을 의향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위원장과 또 만나기 위해 다시 북한으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정은 위원장에 보낸 서한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을 북한에 다시 보내는 것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어느 때라도 만날 태세가 되어 있다"고 밝혀 올 하반기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을 열어뒀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북한 방문에 대해 "이 시점에서 어떠한 여행은 없으며, 발표할 여행도 없다"고 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확실하게 예측하지는 않겠다"고 말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나워트 대변인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선 시간이 걸리겠지만, 북미는 대화를 지속하면서 비핵화 경로를 걷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그것이 길(road)이라는 것을 알았다"면서 "그것은 지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으며 4일에는 싱가포르 ARF 안보포럼장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성 김 대사를 통해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답신을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4월1일과 5월8일 평양을 방문한데 이어 첫 정상회담후인 7월6일 세번째로 평양을 찾았으나 1·2차 때와는 달리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돌아와 후속협상의 난항을 예고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인터뷰에서 "북한이 6.12 첫 북미정상회담이후 근 두달 동안 아직 비핵화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있다"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더 이상 레토릭이 아니라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실행"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까지는 제재완화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미국이 볼턴 보좌관 등을 앞세워 대북 제재 유지 등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대화 지속'과 폼페이오 방북 가능성 등을 공개한 것은 최고위층간 톱다운식 담판을 통해 핵시설 신고리스트 제출 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방안을 모색할 뜻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타결한 4개항의 공동합의문 가운데 미군유해 송환이 이행된 가운데 비핵화 후속협상을 통한 교착국면 해소를 제의한 것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사태를 진전시키겠다는 결심을 하면 폼페이오 장관을 다시 평양으로 불러 직접 막후협상을 벌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정권수립 70주년인 9.9절을 앞두고 국내에 내보일 성과가 필요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11월 중간선거전에 눈에 보이는 진전을 내놓아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폼페이오의 4차 방북 실현 여부가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