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어 신뢰 추락 … “독일식 직업교육 AI시대 안 맞다”는 지적도

9일 오전 제2경인고속도로 북청계IC 인근과 경남 사천시 곤양면 남해고속도로에서 또 2대의 BMW 차량화재가 발생했다.

자동차 명가 독일이 흔들리고 있다.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에 이어 2018년 BMW의 화재차량 리콜로 독일차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다. 기술만 추락한 게 아니다. 연비 속이기(폭스바겐), 늑장리콜 및 결함은폐 의혹(BMW) 등 도덕성과 신뢰마저 위기를 맞고 있다.

제조업 강국을 만든 독일의 직업교육체계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통적 도제방식으로는 인공지능(AI), 자동화 등으로 대표되는 첨단기술시대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BMW 화재와 관련,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를 검토키로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일 경기 화성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연구원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민안전을 위해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과 안전진단 결과,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 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특정 차종에 대해 운행정지 명령을 내리는 것은 전례가 없다. 그만큼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BMW로서는 치욕적인 일이다.

김 장관은 BMW 본사에 대해 쓴소리도 쏟아냈다. 그는 "BMW는 엔진결함의 위험성을 2016년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MW 차량은 국내에서 1~8월 초까지 36대가 불타 10만여대를 리콜한 상태다.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은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독일차가 소비자에게 머리를 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폭스바겐은 2015년 디젤엔진 배기가스 수치 및 연비조작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일명 '디젤게이트'다.

디젤차는 일반적으로 가솔린차보다 연비가 좋지만 환경적인 측면에선 미흡하다. 당시 유럽 등지에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질소산화물 배출규제가 생겼다.

그런데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장치를 설치하면 연비가 떨어진다. 폭스바겐은 꼼수를 부려 차량 내 컴퓨터에서 배출가스 검사시험을 할 땐 장치를 작동시켜 법규를 충족시키고, 실 주행시에는 장치를 꺼 연비가 좋게 나오게 조작했다.

독일검찰은 이에 대해 10억유로(1조2717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에서는 28억달러(약 3조원)의 벌금을 냈다.

한국정부도 소프트웨어, 서류조작 혐의로 31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오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사장을 불구속기소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그동안 독일차는 신뢰와 품질,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했지만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소비자를 속였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미지가 추락했다"며 "BMW 화재가 더해지면서 앞으로 독일차가 과거 명성을 되찾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차 명성이 흔들리는 것과 관련, 독일 직업교육 체계가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독일은 독특한 직업훈련 시스템을 갖고 있다. '아우스빌둥'(Ausbildung)이 그것이다. 10대부터 직업학교에서 이론교육을, 기업현장에서 실습교육을 받는 시스템이다. 아우스빌둥은 기업이 손쉽게 숙련된 기술전문가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수십년간 특정기술에 전문화된 이들이 중년에 접어들면서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교수인 크뤼거는 "기술적 변화가 급진적인 시기에는 한가지 일에 고정되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받은 노동자들이 더 나은 대안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AI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전통 독일식 직업교육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6월 25일자 독일 '아우스빌둥(제조업강국 만든 독일의 직업교육)' AI시대 살아남을까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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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국 기자 bg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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