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락 국민연금공단 부산지역본부장

“내가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나. 20년 전 회사에서 조금 넣은 연금, 백 만 원도 안 되는 돈 그냥 한 번에 받으려고 그랬지. 그런데 공단 직원이 일시금 말고 매월 연금으로 받으라고 한사코 말리는 거야. 남들 다 한 번에 찾는데 웬 오지랖이냐고 그랬었는데. 글쎄 그 때 그 직원이 너무 고맙네. 이름이라도 적어 놓을 걸.”

매 번 하는 일이지만 여름을 맞아 관내 홀로 사시는 국민연금 수급자 어르신을 찾아 삼계탕, 미숫가루 등 계절음식을 전달해 드리고 잠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올해 여든 셋이라는 강씨 할머니는 매달 들어오는 15만원 남짓 들어오는 국민연금과 20만원의 기초연금으로 생활하신단다. 국가에서 지급하는 이들 연금이 멀리 사는 아들 딸 보다도 효자라며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으로 생활하는 강씨 할머니

그러나 마냥 오래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우선은 심신이 건강해야하고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혼자 살 수는 없는 법이니 주위에 동년배 친구 몇은 있어야 외롭지 않다. 쉬워 보여도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세 가지다.

나이가 들면 몸이 축나게 마련이고 그렇다 보면 병을 얻는 것은 다반사다. 그렇지만 의료기술도 발달한데다 세계 최고수준 건강보험제도가 있고 보험 상품도 다양해 큰 병만 아니면 그럭저럭 움직이며 지낼 수 있다. 여기에다 고정적인 수입이 있으면 노후엔 금상첨화다. 많은 재산이 있어 곶감 빼 먹는 식으로 쓰다가 가면 좋으련만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이 필요한 이유다.

20년 이상 가입자가 받는 국민연금 평균액은 90만원에 달한다. 십억 원 정도를 은행에 넣어야 월 이자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자산가가 부럽지 않다. 9월부터는 기초연금이 최대 25만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라 조금 더 여유가 있겠다.

심신이 건강하고 매월 고정적인 수입이 발생한다면 행복한 노후를 위한 반 이상의 준비는 끝난 셈이다. 사람은 외로움을 견딜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가족이며 친구다.

고독사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요즘, 관계가 무너진 현 세태가 안타깝다. 몇 해 전 일본에서 고독사 처리 전문기업이 등장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무관심 수준이었는데 이젠 우리가 더 심각하다. 잘 산다는 것에 이제 사람과의 관계를 잘 맺는다는 의미도 포함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렇게 보면 며칠 전 뵈었던 강씨 할머니는 인생을 잘 살고 계신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든을 훌쩍 넘긴 연세지만 아직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없다. 그런데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해서 40만 원 가까이 매월 받고 있어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또래 친구들 중에 국민연금을 받는 유일한 사람이라 저잣거리에서의 한 턱도 할머니 몫이니 친구도 많단다. 또한 매주 한 두 차례 방문하는 생활관리사 선생님들과 친분도 좋아 매일 전화 통화를 하신다니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 강씨 할머니 말씀처럼 본인은 오래 살 줄 몰랐지만 더 오래 산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100세 시대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노후준비 부족하다 생각되면 가까운 국민연금공단을 찾아보자

아직 노후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가까운 국민연금공단을 찾아보자. 노후에 필요한 건강관리, 재무관리, 대인관계, 여가관리 등의 상담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방문할 시간이 없다면 공단 홈페이지를 둘러봐도 좋다. 스마트폰용 어플도 있으니 이용엔 큰 무리가 없다. 국가에서 하는 일이니 무료다. 국민연금공단의 노후준비서비스는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간 축적된 자료를 볼 수 있어 나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최근에는 노후 연금을 받겠다며 스스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주부들도 느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 평균수익비는 1.6배에서 2.9배까지 이른다. 투자수익을 아무리 많이 올린다 해도 낸 것보다 2배 가까이 지급하는 민간보험은 없다. 행복한 노후는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누구나 맞이할 수 있다.

류승락 국민연금공단 부산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