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기업 펀더멘탈, 현장 확인 필수

정부지원 배제한 채 신용 판단해야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이하 CERCG)의 ABCP 디폴트 이후 국내 자본시장에서 중국기업 채권은 기피 대상이 됐다. A등급 채권이었던 CERCG의 ABCP는 발행 3일 만에 부도가 나면서 신용평가사들의 중국기업 채권평가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국내 신평사와 투자자들은 CERCG가 중국의 국유기업이라는 점에 더 높은 평가를 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국유기업(SOE) 회사채의 신용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업의 펀더멘탈은 물론 시장내 지위, 출자 기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현장확인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국유기업의 경우 한국 공기업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며 정부의 지원 또한 차별화가 크기 때문이다.


◆13만개 넘는 중국 국유기업 = 한국신용평가가 9일 무디스(Moody's)와 함께 개최한 중국 회사채 시장 점검 웹캐스트에서 강교진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중국 국유기업은 한국 공기업과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말 기준 중국에는 13만개가 넘는 국유기업(중앙 97개)들이 존재하는데 이들 기업들은 지배 형태에 따라 전혀 다른 기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소유하고 기업성을 가진 독립적인 실체가 있으며 통일적인 관리감독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중국 국유기업과 국내 공기업은 비슷하다.

하지만 중국 국유기업은 공공성 유무가 국유기업 요건과 무관하고 공공, 사회복지 분야 및 시장경제 분야에도 진출 가능하다. 공공성이 필요한 분야에만 진출해 있는 국내 공기업과 달리 중국 국유기업들은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어 공공성이 없는 분야에서는 시장 경쟁을 벌인다.

정부 지원이 법·제도상 정해진 한국과 달리 '암묵적 지원' 수준에 그친다. 법으로 지원을 하도록 강제한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암묵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수는 13만개가 넘으며 신용도 차별화는 높은 편이다. 때문에 국유기업이라 해도 신용등급에서는 차이가 크다.

출자자가 중앙정부인지 지방정부인지에 따라서도 신용등급에는 큰 차이가 발생한다. 지방정부 SOE의 경우 예산을 통해 지원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지방정부는 상대적으로 우량한 국유기업을 통해 재무상태가 불안한 국유기업을 합병하도록 하는 식으로 지원한다. 이 같은 우회 지원은 위험상황 발생시 즉각적인 대응이 쉽지않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강 연구원은 "현재까지 중앙 및 지방 국유기업 채권 디폴트 사례는 공모기준으로 총 6건"이라며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철강 등 과잉생산 업종에 속하는 기업이며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정부 지원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암묵적인 정부의 지원 가능성 때문에 중국 국유기업들의 디폴트 리스크가 낮다고 평가됐지만 중국 정부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분야의 기업들은 지원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들 기업은 펀더멘탈 확인이 필수적이고 사실상 정부 지원을 배제한 채 신용등급을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별적 접근 요구 = 강 연구원은 "중국에는 다수의 국유기업이 존재하는데 중국 특유의 법과 제도적 장치를 감안, 선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며 △상시적이고 실질적인 감독.통제가 이루어지는지 확인 필요 △경영진 이력, 지배구조, 정부의 인사권, 중대사항의 의사결정 과정 등을 종합적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주현황, 통일사회신용번호, 등록기관 및 상태 등 기업개요와 간단한 신용정보는 www.gsxt.gov.cn 에서 조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 기업들의 정보 접근 제한성은 판단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중국에서도 대형 상장사의 경우 IR자료나 분기자료를 얻을 수 있지만 지방정부 소유의 국유기업은 감사보고서 정도만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의 실제 지원 사례나 지원 수준 등을 확인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회계기준의 차이점도 크다. 중국 도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했으나 일부 항목에서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공정가치에 대한 평가다. 중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공정가치평가를 제한하고 있어 역사적 원가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 손익계산서 내에서 재무비용이나 투자수익, 자산처분수익 등이 영업이익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감안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강 선임연구원은 "중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국유기업들에게 AA등급 이상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다"며 "국유기업들과 직접 소통하고 현지를 방문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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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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