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

자동차는 한 가족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생활필수품이지만 작은 결함이라도 발생하면 달리는 흉기나 마찬가지다.

수개월 전부터 도로를 주행 중이던 36대의 BMW520d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했다. 갑자기 흉기가 되어 버린 차에 대해 BMW사의 늑장 대응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안이한 대처는 화가 날 정도다.

"침전물에서 화재가 발생" 의혹투성이 해명

일단 해명부터 의혹투성이다. 정부와 BMW사는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쿨러(냉각기)에서 냉각수가 흘러 축적된 침전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BMW사에 EGR 쿨러를 공급한 제조업체가 제작한 동일 제품을 장착한 현대·기아자동차의 일부 차종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게다가 EGR 시스템은 한국에 공급되는 부품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는 부품과 완전히 동일한 제품이다. 그런데 왜 유독 한국에 판매한 차량에서만 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전문가들은 국토부와 BMW사가 발표한 원인(EGR 쿨러의 결함)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자동차 소비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화재가 났으면 정확하게 원인규명을 해 BMW사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명확한 원인규명 없이 무작정 리콜만 한다면 그동안 쌓인 문제 때문에 곪아터진 부위를 덮어버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폭염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화재는 줄어들 것이고 일반 화재건수와 뒤섞이면서 BMW건은 희석될 거라고 말한다. 혹시나 그럴 수도 있겠지만 BMW사가 그런 상황을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이는 심각한 기업윤리의 문제이며 정부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일단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BMW사의 차량 화재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검증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현재 화재가 나고 있는 차량은 주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판매된 차량이다. 전문가들은 당시 유럽의 환경기준이 유로5에서 유로6로 강화됐는데 이를 맞추려고 소프트웨어에 손을 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 경우 사고원인은 단순한 EGR 쿨러의 결함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문제일 가능성이 커지고 이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검증단의 조사가 필요하다.

둘째, 정부의 지금과 같은 대처로는 소비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으므로 사용중지명령 등을 통해 재발사고를 방지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사용중지권고나 리콜제도 개선 조치 등만으로는 사고를 방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셋째, 정부가 결함이 발생한 자동차에 대한 조사를 위해 자료제출 등의 요구를 했지만 제조사들이 자료제출을 거부해 올바른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이런 사건이 있을 때에는 강력한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관련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필요

넷째, 조속히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 BMW사의 차량화재사건으로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했고,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차량소유자들도 화재발생의 불안감과 정부의 사용중지권고로 인하여 손해가 막심하다. 그런데도 판매자인 BMW사는 이에 대한 적절한 피해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기는커녕 그야말로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경시하는 태도다.

정부는 징벌적 손해해배상제를 도입해 반사회적인 행위를 금지하고 그와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처벌의 성격을 띤 손해배상을 부과해 기업들이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